시사

시사 > 전체기사

인천 ‘라면 형제’ 일주일째 의식불명…곳곳서 “돕겠다” 문의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발생한 불로 중상을 입은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가 1주일째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서 발생한 화재로 크게 다친 초등학생 A군(10)과 B군(8) 형제는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형제는 화재 당시 심한 화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검은 연기를 많이 흡입한 탓에 자가 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형제의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지면서 후원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 측에는 온정의 손길이 쏟아졌다. 재단에 따르면 지난 17~18일 이틀 동안 시민 140여명이 총 3000만원가량을 기탁했다.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까지 후원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일회성 기부보다 형제를 지속해서 돕고 싶다고 밝힌 후원자도 있었다. 기부자가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 있는 ‘지정 기탁’인 만큼 재단 측은 모인 기부금을 형제의 치료비로 우선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기부금이 기금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지 않도록 미추홀구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A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미추홀구 소재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었다. 당시 화재가 발생하자 놀란 형제는 119에 전화해 “살려주세요”라고 외친 후 끊었고, 소방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후 A군은 전신에 3도 화상을, 동생은 1도 화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됐다.

A군 형제와 어머니 C씨는 기초생활 수급 가구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생계·자활 급여 등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조사과정에서 C씨가 과거 형제에 대한 방임과 학대 혐의로 수차례 경찰 등에 신고가 접수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인 점이 확인됐다.

C씨는 화재 당시에도 전날 저녁부터 형제만 남겨둔 채 집을 비운 상태였다. 형제가 영유아는 아니지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저학년인 만큼 보호자인 C씨가 장시간 집을 비운 행위를 아동학대의 일종인 방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 학대 예방 경찰관 등과 함께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방임 혐의 수사에 착수할지 검토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