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워싱턴] 미국 대선, 모든 신호는 파국을 가리킨다

코로나19로 우편투표 확대
중복투표·분실·배달지연 우려
대선 당일 개표 결과, 최종 집계와 다를수도
개표 늦어지고 승자 바뀌면 ‘대혼란’ 우려

미국 우편투표 제도가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5월 1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우편투표가 집계되는 장면. AP뉴시스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이 예고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확대 실시될 우편투표가 뇌관이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부정 선거이고 사기 투표”라고 주장하면서 벌써부터 대선 불복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도 향후 법적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고 전문가들로 법률팀을 구성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바이든 진영도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법적 분쟁을 제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칫 잘못됐다가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 모두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우편투표가 부정선거로 악용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우편투표 제도 자체에 결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각 주의 복잡한 우편투표 개표 방식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선 개표가 지연되면서 결과 발표가 늦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 번도 겪지 못한 대혼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선이 끝난 이후 트럼프 진영이나 바이든 진영 모두 ‘대선 승리’를 주장하면서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두세 번 중복투표에… 분실·배달 지연 우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50개 주 중 45개 주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우편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저지주 등 9개 주에선 모든 유권자들이 아무 조건 없이 우편투표를 할 수 있다. 미시간주·오하이오주·플로리다주 등 36개 주는 신청 절차만 거치면 우편투표를 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우편투표를 할 수 없는 주는 5개주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편투표를 100%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우선, 중복투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복투표는 두 가지 경우로 발생할 수 있다.

한 유권자에게 여러 장의 투표용지가 실수로 배송될 수 있다. 이 유권자가 중복투표해 보낼 경우 산처럼 쌓여있는 투표함에서 중복투표 사실을 발견하기 힘들다. 또 한 유권자가 우편투표로 투표를 한 뒤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 투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지아주는 지난 6월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1000여명이 중복 투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편당국이나 우편배달 근무자의 실수로 우편투표 용지가 분실되거나 배달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우편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편투표로 보낸 투표용지가 분실되거나 개표소에 늦게 도착할 경우 소중한 한 표가 사표(死票)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AP통신은 올해 대선에서 미시간주·플로리다주 등 7개 접전주에서 2016년 대선보다 무효표가 최대 3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17개 주, 대선 지나도 우편투표 집계… 결과 발표 늦어지면서 혼란 우려

미국 50개 주의 우편투표 집계 방식이 다른 것도 파국을 예고하는 요인이다. 미국 33개 주는 11월 3일 대선 당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집계한다.

그러나 17개 주는 대선 일이 지나도 개표소에 도착하는 투표용지를 투표 결과에 집계한다. 버지니아주·노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는 대선 이후 3일 이내까지 개표소로 온 우편투표를 인정한다.

오하이오주·메릴랜드주·알래스카주 등 3개 주와 수도 워싱턴DC는 대선 이후 10일 이내 도착분까지 유효표에 포함시킨다. 일리노이주는 대선 이후 14일 이내 개표소로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집계에 반영한다.

가장 긴 주는 캘리포니아주다. 캘리포니아주는 대선 이후 17일이 지난 날인 11월 20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한다.

한 표라도 더 민의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들 주의 의지다. 그러나 공식 개표가 늦어지면서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한숨소리도 크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AP뉴시스

민주당 지지자들, 우편투표 선호… 대선 당일 개표 결과 바뀔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선 당일 현장 투표를 선호하고, 바이든 지지자들은 우편투표 의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에 대해 ‘부정선거’라고 낙인을 찍는 이유도 우편투표에선 바이든 표가 많이 나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NBC방송 자회사인 NBCLX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 1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65%는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에서 우편투표 의향을 밝힌 비율은 40%였다. 지지 정당이 없는 부동층에선 49%가 우편투표를 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대선 당일 개표 결과가 최종 집계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장 투표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하기 때문에 대선 당일 개표 결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지만, 우편투표까지 포함해 개표가 완료되면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고 있다가 승부가 뒤집혀질 것이라는 예측 모형을 보도했다.

민주당의 데이터분석기관 호크피시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자신하면서 이런 상황을 ‘붉은 신기루’라고 표현했다.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거론하면서 대선 당일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가 신기루가 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편투표로 인해 개표가 지연되고, 결과가 뒤바뀔 경우 무정부적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패배자의 대선 불복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모든 신호가 파국을 가리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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