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염소나타’ 첫 해외 스트리밍… 중국선 우회경로 관람

전 세계에 유료 스트리밍한 첫 창작뮤지컬
아이돌 멤버 다수 출연해 해외서 관심
일본서 티켓 판매 최다… 중국 시장 확보 문제 과제

'광염소나타' 유료 스트리밍 화면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 해외 유료 스트리밍이 시작된 18일,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가 안방에 재현됐다. 극 중 주인공인 J와 K, S가 등장할 때의 엄숙한 공기가 화면까지 뚫고 전달됐다. 피아노 치는 J의 얼굴이 화면에 가득 들어찼다가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는 K의 섬뜩한 눈빛으로 이어졌다. 화면에는 영어 자막이 나왔다.

1930년대 작가 김동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광염소나타’는 음악에 대한 광적인 욕망을 소재로 작곡가 J와 그의 뮤즈이자 친구 S, 교수 K 사이의 치열한 내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이 전 세계에 18일부터 27일까지 13회 실시간으로 유료 스트리밍 된다. 실제 객석에서도 공연을 볼 수 있는데 티켓 가격은 3만3000원~9만9000원이다. 온라인으로 볼 경우 1회 관람권은 4만4000원인데, 구매와 관람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테크 스타트업인 스테이지랩스가 개발한 언택트 공연서비스 플랫폼 ‘프레젠티드 라이브’를 활용해야 한다. 녹화본이 아닌 생중계로, 뮤지컬이 한국 플랫폼에서 해외 각국에 유료로 뻗어 나가는 첫 사례다.

18일 기준으로 ‘광염소나타’ 유료 스트리밍 티켓이 가장 많이 팔린 국가는 일본이었다. 이어 한국, 대만, 홍콩, 미국 순이다. 특이한 건 그다음 티켓이 많이 판매된 국가는 중국이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유료 결제를 차단하면서 서비스 불가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팬들이 우회 통로를 찾아내 공연을 관람한 것이다. 해외 유료 스트리밍은 처음이라 지금까지는 예상할 수 없었던 문제였다.

공연 관계자는 “정확한 경로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결제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우회접속 문제와 혹시 모를 불법 관람 등 여러 상황을 대비해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류 팬덤이 단단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확보도 유료 스트리밍 산업의 과제로 떠올랐다. 공연 관계자는 “시장이 큰 중국에도 스트리밍하고 싶었지만 일방적으로 차단돼 있어 논의를 시도할 수 없었다”며 “중국의 경우 해외 결제나 SNS 접속, 타국 홈페이지 접속 관련 검열이 심해 중국을 잡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염소나타' 공연 사진. 신스웨이브 제공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이번 스트리밍을 위해 수십 번의 현장 리허설을 거쳤다. 극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는 카메라 10대가 설치돼 있지만 배우와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도록 최대한 가리며 촬영한다.

‘광염소나타’는 2016년 창작산실에서 최종 선발돼 2017년 초연, 지난해 재연했다. 2020년 버전은 영상화와 세계화를 위한 여러 시도의 결과물이다. 특히 강점으로 꼽히는 음악적 만족도를 온라인으로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미로 음악감독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3인조 구성이었지만 비올라를 추가했다”며 “비올라는 J의 감정선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광염소나타’가 해외 진출 1호작이 될 수 있던 이유는 한류 팬덤을 보유한 K팝 아이돌 멤버가 다수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의 려욱, 펜타곤의 후이, 엔플라잉의 유회승 등이다. 배우의 땀방울이나, 숨소리까지 섬세하게 관람할 수 있어 각국 팬들은 열광하는 분위기다. 특히 사운드에 세심하게 신경 쓴 결과 현장 잡음이나 귀에 거슬리는 미세 소음도 적었다는 평가다. 다만 K팝 아이돌은 세계화에는 용이하나 연기의 깊이가 부족해 작품의 깊이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자 공연계는 유료 스트리밍으로 시선을 옮겼으나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과 몰입도 측면에서 여러 한계가 지적됐다. 다만 스트리밍 초기 단계라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전망을 내놓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광염소나타'를 만든 김지호 연출(왼쪽)과 다미로 음악감독. 신스웨이브 제공

한편 ‘광염소나타’는 세 주인공의 치열한 심리전이 묘미인 작품이다. J는 화려한 작곡가 데뷔 이후 단 한 곡도 써내지 못하다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만취 상태로 교통사고를 낸다. 그 자리서 죽음을 목격한 뒤 거짓말처럼 제1악장을 완성한다. 음악 탄생의 이유가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 K는 J에게 살인을 부추긴다.

이 작품은 무대화 과정에서 원작의 큰 틀을 유지하되 다소 각색을 가했다. 원작은 K만 익명으로 설정했으나 무대에 등장하는 3인은 모두 이름이 없다. 김지호 연출은 “특정 인물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으려 모든 인물의 이름을 지웠다”고 설명했다. 원작 속 K를 이인화해 S를 만든 점도 특징이다. 김 연출은 “원작 K의 역할을 S가 일부 분담한다”며 “S는 J의 친구이자, J의 선한 면을 보여주는 반면이자, 화자”라고 설명했다.

'광염소나타' 공연 사진. 신스웨이브 제공

원작의 백성수(뮤지컬 속 J)는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소설은 상황을 독자의 상상에 맡기지만 뮤지컬은 무대에서 직접 보여줘야 하다 보니 수위와 관련한 고민이 많았다. 김 연출은 “원작은 J의 심리 상태 묘사에 굉장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범죄를 모두 무대 뒤에서 보여준다면 J의 심리만 보게 되고, 이 경우 너무 쉽게 범죄를 미화하게 돼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미로 음악감독 역시 “초연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한 지점”이라며 “범죄가 직접 표현되는 장면은 최대한 덜어냈다. 범죄를 저지르는 J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거나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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