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경시험 0.1점에 당락 갈리는데…” 수험생의 울분

1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학교에 마련된 순경공채 필기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수험표를 확인받은 뒤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 사전 유출로 논란이 된 순경시험 응시자가 “0.1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리는 시험”이라며 당시 상황과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지난 19일 치러진 2020년 하반기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이 인터뷰에 응했다. 이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청은 20일 이를 인정했다.

응시생 A씨는 19일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토요일 순경 공채시험에서 경찰학개론 9번 문제 지문이 빠져 있는 게 있었다. 그 부분을 수정하기 위해 칠판에 해당 내용을 적는 시간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사장에서 소지품을 걷기 전에 문제 수정 사항을 칠판에 적어 공지한 것이다. 이에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미리 알게 된 수험생들이 책을 찾아보거나 사진을 찍어 지인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해당 문제가 포함된 페이지를 감독관이 (응시생에게) 열람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또한 소지품을 제출하기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공무원 시험에선 시험지를 배부한 후에도 시험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전까지는 절대 문제지를 넘기지 못하게 되어 있다”며 “만약 시험 시작 전에 문제지를 넘겨 문제를 확인하면 부정행위로 간주해 해당 시험을 무효로 하게 되어 있다”고 알렸다. 다른 응시생들이 문제지를 앞에 놓고 대기하는 동안 일부 고사장에선 응시생이 문제를 봤다는 것이다.

문제의 수정 사항을 확인하도록 한 조치였으나 ‘(해당 문제 외의) 다른 문제를 안 풀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반대로 문제의 수정 사항을 시험 종료까지 공지하지 않은 수험장도 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또 “시험 종료 후 OMR카드 작성을 덜 했다는 학생에게 감독관이 1~2분 정도 편의를 봐준 곳도 있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문제 수정과 관련해 불만이 제기된 수험장은 현재까지 총 25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감독관은) 다 현직에 있는 분들이다. 감독관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아니니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시험을 주최하는 경찰청에서 더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을’의 입장인 수험생으로서 불이익이 걱정되어 라디오 출연도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A씨는 “(문제가 된) 경찰학개론 과목은 선택과목 중 하나”라며 “범위도 넓고 함정도 많은 과목이라 수험생들이 아주 까다로워하는 과목이다. 0.1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100분 동안 100문제를 풀어야 해서 시간이 촉박한 시험인데 1~2분 편의를 봐주거나 미리 문제를 열람하도록 한 것은 불공평한 처사라는 것이다.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일 경찰청이 내놓은 대책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A씨는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재시험을 치르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 점수에 오른 수험생도 있는데 (재시험은 그들에게) 또 불이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는 수험생 카페 등에선 ‘상황을 지켜보겠다’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앞서 20일 경찰청은 ‘필기시험 불합격 중 한 문제 차이로 낙방한 사람은 구제하되, 해당 문제와 상관없이 합격한 사람과 추가 합격자를 분리하겠다’는 취지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종 합격자 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박수현 인턴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