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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불로장생 – 너무 힘든 싸움, 치매 어르신 가족 이야기

치매 어르신이 있는 경우 가족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젊은 시절 당당하고 거칠 것 없던 어르신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한데 하물며 치매로 인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어르신을 바라보면 슬픔과 분노가 밀려옵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본인은 치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치매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가족들의 고통은 배가 됩니다.

치매에 걸리면 가족들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루이소체성 치매에서 많이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중증의 알츠하이머라면 이러한 증상이 일어나기는 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섭게 대하거나 자주 훈계하는 사람을 대할 때 더 빨리 이러한 증상이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가족과 보호자들이 실수하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가 자기 자신을 못 알아보게 되면 가족은 “나를 모르겠어요? 정신 좀 차려 봐요!”라고 지적과 같은 훈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정말 잘못된 대처법입니다.

환자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그동안 환자의 눈높이에 맞게 대화를 했는지, 환자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는지, 아니면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 목소리와 행동 패턴은 어떠하였는지 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알아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제가 아들(딸)인 OO예요”라고 말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판단해도 일단은 웃으면서 환자의 말에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을 ‘카프그라 증후군(Capgras’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시각 기능은 정상이지만 감정 중추에 문제가 생겨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 타인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확신하는 망상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딸을 자기의 부인으로 착각하던지, 남편을 타인으로 착각해 소리를 지르고 낯선 사람이 침입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가족들은 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환자를 바로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로 인한 기억력은 최근의 사건부터 사라지므로 오히려 예전의 기억들은 뚜렷하게 남습니다. 그래서 부인의 젊은 모습과 많이 닮은 딸을 자기 부인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이럴 때 그 망상을 부정하면 할수록 환자의 흥분이나 공격성은 증폭되므로 ‘그런가요?’ 라는 등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환자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잠시 그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증상이 심각해진다면 신경과 혹은 정신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전적으로 치매 어르신을 전담하는 경우 당연히 외로움과 소외감이 뒤따르게 됩니다. 사회와 격리되어 있으면서 한 공간에 있을 때 환자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겠지만 보호자는 고립 속에서 지쳐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치매 어르신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면 ‘내가 이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히기도 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럴 때는 형제, 지인들의 도움이나 돌봄 서비스 등을 이용하여 어느 정도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에너지 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형제들이나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요양간호사나 요양원 입원 등의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결정하는데 있어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게 됩니다. 본인이 일단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 늦은 시기에 돌봄 서비스를 받기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이 치매에 걸려 서서히 증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가족들이 함께 다음 단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해 두는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치매의 진행은 결코 더 좋은 쪽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사회적, 환경적인 지원은 물론 재정적인 지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이 부분에서 많은 보호자들이 힘들어 하고 어려움을 겪게 되므로 국가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대해 효율적인 지원을 해 주길 기대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에게 치매는 일부분일 뿐입니다. 마치 어르신이 질병 그 자체인 것처럼 대하면 안되며 존중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합니다. 치매에 걸린 시점의 어르신 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며 그들의 내면에는 기나긴 세월이 축적되어 자리 잡고 있음을 잊지 말고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은 스스로 실수 할까봐 조심스러워지고 걱정이 많아집니다. 우리가 평소 너무 간단한 것도 전혀 기억이 안 날 때의 당혹감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면 관계 형성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 어르신의 실수를 비판하고 야단치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격려하고 지지해 주고 남아 있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 준다면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나 힘들고 지치는 치매와의 싸움이지만 아무쪼록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지켜나간다면 치매 어르신도 표현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오늘도 치매와 싸우고 있는 모든 어르신들과 그분들의 보호자들께 작은 힘이나마 보태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최경호 가정의학과 전문의(아이비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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