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떨어질 수도” 사상 초유의 백신사태, 최악땐 폐기

22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대형병원에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연기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21일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13∼18세 대상 물량이다. 연합뉴스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쓰일 계획이었던 백신 일부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돼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정부는 품질 검증을 거쳐 공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상화까지는 최소 2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열린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조달 과정에서 백신 냉장온도 유지가 부적절했다는 사례가 신고됐다”며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백신의 품질이 확인될 때까지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가가 시행하는 예방접종 외에 의료기관에서 유료로 진행하는 예방접종은 이용할 수 있다.

전날 질병청은 백신을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를 받았다. 백신 등 의약품은 통상적으로 2~8도의 보관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효능이 떨어지거나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운반할 때도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정부와 조달계약을 맺고 백신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이 의료기관에 공급한 물량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신성약품과 총 1259만 도즈(1295만명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중 문제가 된 물량은 이날부터 만 13~18세 청소년에게 접종될 예정이었던 500만 도즈 중 일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된 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실시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면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도 확인하기 위해서 여러 항목에 대한 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약품이 의료기관에 공급한 500만 도즈는 아직 접종이 이뤄지진 않았다. 질병청은 이 물량이 신성약품이 공급하기로 했던 나머지 700만 도즈와 뒤섞일 위험이 있다고 보고 선제적으로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백신 품질 검사에는 최소 2주가량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일정도 최소 2주는 미뤄지게 된다. 당초 이날부터 만 13~18세 어린이와 임신부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만 9세 미만의 2회 접종 대상 아동은 지난 8일부터 이미 접종이 시행됐다. 2회 접종 대상 아동용 물량은 이번에 문제가 된 백신과 관련이 없다.

품질 검사에 시간이 더 걸릴 경우 다음달 13일부터 예정된 62세 이상 접종도 늦춰질 수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유행(트윈데믹)이 우려되는 만큼 노인 예방접종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을·겨울철 코로나19 유행이 우려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하루빨리 재개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상온에 노출된 백신이 전량 폐기됐을 때 추가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추가 생산하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린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민간에서 유료로 접종 중인 물량 일부를 국가 조달계약으로 돌릴 수 있지만, 이 경우 전체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줄어들고 제약사들도 공급단가가 싼 조달계약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천 교수도 “여러 변수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백신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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