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경찰·간호사 부부의 ‘생명 살린’ 콤비 플레이

김태섭 경장(좌), 바다에 빠진 시민(우). 대전경찰청 제공

경찰관·간호사 부부가 합심해 바다에 빠진 시민을 구했습니다. 대전시는 경찰관 남편을 ‘의로운 시민’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난 대전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김태섭(32) 경장 부부는 1일 제주도 중문 색달해수욕장 해변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제주도가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던 때라 해수욕장 안전통제소가 관광객들의 입수를 금지하고 있었죠.

그런데 부부는 20대 커플이 튜브를 타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습니다. 남성이 뭍으로 나와 튜브를 벗고 다시 바다에 들어가는 등 커플은 위험하게 물놀이를 했습니다. 부부는 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죠.

커플의 위험한 물놀이는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이어졌습니다. 남성이 파도에 휩쓸려 해변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여성과 남성의 거리마저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강사 경력이 있는 간호사 아내는 바다에 있는 남성이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남편에게 직접 확인해볼 것을 제안했죠. 김 경장은 임신한 아내 대신 물안경과 오리발 등 장비를 챙겨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김 경장은 수중과학수사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물에는 익숙했습니다.

김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등을 보인 채 바다에 떠 있었습니다. 김 경장이 몸통을 힘껏 밀어도 남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떠밀려 갔습니다. 의식을 잃었던 겁니다. 당장 구조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 경장은 남성의 몸을 뒤집어 가슴잡이 운반법으로 해변까지 끌고 나왔습니다. 김 경장의 아내는 해변에서 남편의 구조를 지켜보다 119에 신고 전화를 했습니다. 바다에 빠진 남성은 해변에 나와서도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김 경장의 아내는 “얼굴을 들어줘야 한다”며 침착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습니다.

아내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는 CPR(심폐소생술)을 시도했습니다. 남성은 다행히 물을 토한 뒤 의식을 회복했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동안 김 경장의 아내는 환자의 맥을 짚어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대전시는 공적심사위원회를 열고 김 경장을 ‘의로운 시민’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용기 있는 결정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했기 때문에 시민에게 귀감이 됐다는 취지입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2일 오전 접견실에서 김 경장에게 직접 의로운 시민 표창패를 전달했습니다.

김 경장은 “수중과학수사훈련을 받은 덕분에 긴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며 “당황하지 않고 곁에서 침착하게 도와준 아내가 고맙다. 앞으로도 열심히 훈련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물에 익숙하더라도 태풍이 접근한 상황에서 시민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용기가 귀중한 생명을 살렸습니다. 지체 않고 바다에 뛰어든 김 경장님과 침착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김 경장님 아내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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