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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 나발니… “중독 자작극이라고?” 푸틴과 전면전

나발니(왼쪽)가 지난 2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아내와의 사진. AFP연합뉴스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온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23일(현지시간) 퇴원했다.

ntv 독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나발니를 치료해 온 베를린 샤리테병원은 “환자의 병세가 퇴원할 정도로 충분히 회복됐다”며 퇴원 사실을 밝혔다. 입원한 지 32일 만이다.

샤리테병원은 “환자의 현재 상태와 치료 경과를 감안할 때 의료진은 환자의 완전한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심각한 중독의 장기적인 영향을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이날 퇴원 이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독일에서) 매일 물리치료를 받고, 어쩌면 재활치료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 발로 서고 모든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며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왼손으로 공을 던질 수 없다. 뇌가 이 동작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손으로 글을 쓸 수도 없다. 재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일 병원 의사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을 했다”며 감사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초 시베리아의 옴스크병원에 입원했던 나발니는 이틀 뒤 베를린의 샤리테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지난 7일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났다.

사건 직후 나발니 측은 그가 독극물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처음으로 그를 치료한 옴스크병원은 독극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연방군 연구시설의 검사 결과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노비촉은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의 연구소도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을 확인했다.

그러나 옴스크병원과 러시아 당국은 역시 독극물 중독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더구나 푸틴 대통령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교활한 나발니가 스스로 독극물을 섭취하는 자작극을 벌였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프랑스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나발니는 인스타그램에 “(푸틴의 주장은) 훌륭한 가설이다. 아주 면밀히 연구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나발니는 상황을 가정하며 푸틴 주장의 황당함을 꼬집었다. 그는 “노비촉을 부엌에서 끓인다. 기내에서 용기에 든 것을 (입으로) 몰래 흘려넣어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에 앞서 아내, 친구, 동료들과 만일 (러시아) 보건부가 나를 독일로 데려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절대 그렇게 못하도록 사전 합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옴스크병원에서 사망한 뒤 현지 영안실에 안치된다. (의료진은) 사인을 ‘충분히 살았음’이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 교활한 계획의 최종 목적”이라면서 “하지만 푸틴이 나를 이겼다. 바보 같은 나는 18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가 결국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도발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비아냥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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