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서두르는 트럼프, 속내는 ‘대선 패배’ 대비?

“우편투표는 사기… 대선은 결국 연방대법원 갈 것”
대법관에 보수인사 임명시 보수파 우세 전망
평화적 권력 이양 거절… 사실상 대선 불복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대법관의 후임 임명을 서두르는 이유로 ‘11월 대선’을 들었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내놓은 가운데 선거 결과 불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투표를 둘러싼 소송의 가능성 때문에 대선 전에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게 시급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 ‘훌륭하고 공정한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이건 결국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면서 “나는 연방대법관이 9명인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기를 저지르고 있으며 그 사기는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4대4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8명의 대법관이 4대4로 갈라져 대선 판결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보수 대법관을 임명할 경우 긴즈버그 별세 전 5대4였던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성향이 6대3으로 바뀌어 트럼프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연방대법관 8명 중 5명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사안에 따라 진보의 손을 들어준다는 점에서 법원 내 진보·보수 성향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 후임 대법관을 지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평화적 권력 이양을 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며 쐐기를 박았다. 그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봐야 한다. 나는 항상 우편투표가 재앙이라고 말해왔고 민주당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편투표를 중지하면 아주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경우에 ‘이양’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연속’이 더 알맞은 단어”라고 강조했다. 우편투표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조작됐으므로 우편투표가 폐지되면 자신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선 결과가 대법원에 갈 것”이라고 발언함에 따라 그가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민주당이 우편투표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거나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해외 적대세력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등의 음모론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7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지는 게 싫다”고 말하는 등 즉답을 피했다. 또 지난 8월에는 ‘대선 연기론’에 이어 ‘재선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신의 대선 승리를 위해 연방대법관 임명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에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않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 여성유권자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방대법관들은 장기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며 모든 미국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면서 “그들은 매우 엄격한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하며 그 과정은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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