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북 피격 사망에도 ‘종전’?…靑 “15일에 사전 녹화”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의한 이모(47)씨 사망 사건 이후 유엔(UN)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강조한 연설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연설이 사전 녹화돼 이미 유엔 본부에 전달된 상태였고, 연설이 방송될 때는 피격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연설을 취소하는 등의 고려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연설은 15일 녹화돼 18일에 유엔으로 보내졌다”며 “직접 참석이라면 즉석에서 바꿨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수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실종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뒤인 22일 오후 6시36분 이씨의 실종 첩보와 관련한 첫 서면 보고를 받았다. 당시 첩보 내용은 ‘서해 어업 관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갔고 북측 해상에서 그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북한이 이씨를 사살 후 불태웠다는 첩보가 다시 입수됐다. 이로부터 약 3시간 뒤인 23일(한국시간) 오전 1시26분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이 시작돼 오전 1시42분쯤 끝났다. 이날 연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실시간이 아닌 사전 녹화 영상으로 대체됐다. 문 대통령은 이 영상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씨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종전선언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연설이 방송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23일 오전 1시부터 오전 2시30분까지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관계 장관 회의가 열렸다”며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아 수정 등의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전 녹화된 연설 영상이 방영되는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등 관계장관 회의가 열렸고 첩보 수준에서 유엔 연설을 취소하거나 내용을 수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같은 날 오전 4시35분 유엔사 군사정전 채널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문 대통령은 약 4시간 후인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첫 대면보고를 받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며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두번째 대면보고를 받은 것은 이날 오전 9시다. 앞서 오전 8시 관계장관 회의가 소집됐고, 국방부로부터 이번 실종사고 관련 분석 결과를 통보 받은 후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첩보의 신빙성을 다시 확인한 뒤 “NSC 상임위를 소집해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인데 정부의 공식 발표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첩보를) 자체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고의로 발표를 지연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추가 상황이 발생하면 있는 그대로 빠른 시간 내 국민 여러분에게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영상이 이미 발송된 뒤였고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사건과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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