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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격 공무원의 골든타임 ‘6시간10분’…靑 뭐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 피격 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 사건을 두고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은지 32시간이 지나서야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군의 보고가 더 빨랐다면, 청와대와 정부 내부의 정보·지시 전달체계가 더 신속했다면,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나 상부의 지시가 좀더 명확했다면 이씨를 살릴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을 향한 사과와 책임있는 조치 요구뿐 아니라 이씨가 실종된 지난 21일부터 공식 발표가 이뤄진 24일까지 정부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해당 사건을 논의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청와대와 국방부, 해양수산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21일 오전 11시30분쯤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서 이씨가 실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해경과 해군, 해양수산부는 선박과 항공기를 동원해 해상 정밀 수색을 실시했다.

군이 이씨의 소재를 확인한 건 16시간 후인 22일 오후 3시30분이었다. 군 관계자는 “그 시간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황해남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이씨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했다. 당시 군은 북한이 이씨를 발견한 장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몰랐지만, 1시간 뒤 여러 정황상 북한군이 발견한 사람이 이씨임을 특정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오후 6시36분이었다. 군 관계자는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수색에 들어가 있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첩보를 대통령에게 첫 서면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이씨가 살아있었다.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2일 오후 10시30분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화장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이씨에 대한 북한 측의 총격은 오후 9시40분 이뤄졌다. 연평도에서 우리 군 감시자산이 이씨 시신이 불에 타고 있는 사실을 관측한 것은 오후 10시11분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이후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씨가 3시간 뒤 사살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첩보를 입수한 청와대는 23일 새벽 1시부터 2시30분까지 1시간30분간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청와대 서훈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해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관계장관가 회의 진행될 당시 ‘종전선언을 국제사회가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이 전세계로 방영되고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엔 연설 영상은 15일에 녹화됐고, 18일에 (유엔으로) 발송됐다”며 공무원 피격 사건과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이 23일 오전 8시30분부터 9시까지 서훈 실장과 노영민 실장으로부터 첩보 내용에 대해 대면 보고를 받았다. 사건과 관련한 첫 대면보고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라”라고 지시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이 24일 동생이 남겨두고 간 공무원증 등을 근거로 월북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이후 우리 정부는 23일 오후 4시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통지문을 발송했다. 이 통지문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23일 밤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보도됐고, 24일 아침 8시에는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돼 국방부로부터 이번 실종사건 분석 결과를 통보받았다. 오전 9시엔 서훈 실장과 노영민 실장이 문 대통령에 분석 결과를 대면 보고했다.

이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24일 오전 11시에 이뤄졌다. 한 시간 후에는 서훈 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가 열렸고 오후 5시15분에는 문 대통령 명의의 공식 입장 발표가 나왔다.

보고·지시 제대로 이뤄졌나

문 대통령이 이씨 사건과 관련해 서면 보고를 받은 건 22일 오후 6시36분이다. 이후 노영민 실장과 서훈 실장으로부터 대면 보고를 받은 시점은 23일 오전 8시30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 이씨가 피격당해 숨지고 해상에서 불태워진 사건을 처음 접했다.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 입수된 지 10시간, 북한군이 A씨를 피격한 지 11시간이 흐른 뒤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향한 대면 보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정보의 신뢰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다만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 있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위급한 사안인데도 대통령에게 심각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의 판단 실수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씨 관련 대면보고로부터 2시간30분 후인 23일 오전 11시엔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 행사가 이뤄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원인철 신임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해 남영신 신임 육군참모총장, 이성용 신임 공군참모총장, 김승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전군 최고위 참모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피격 첩보에도 ‘평화를 위한 군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시대는 일직선으로 곧장 나 있는 길이 아니다”며 “진전이 있다가 때로는 후퇴도 있고,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국방력은 전쟁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격 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시간 10분의 골든타임 놓친 정부

결국 이씨 사태의 ‘골든타임’은 이씨가 처음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22일 오후 3시30분부터 총격을 당한 9시40분까지 총 6시간10분이었다. 군과 청와대 참모들이 우물쭈물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서면보고는 이씨가 처음으로 발견된 지 3시간 6분 만에야 이뤄졌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도 명확하고 단호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고, 결국 서면보고가 이뤄진 지 3시간4분이 지나 이씨는 총격을 맞아 사망했다.

이번 이씨 사태는 정부의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나비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대북 휴민트가 사라진 통일부와 이로 인해 이씨에 대한 상황파악이 늦어진 국방부, 사안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진상 파악이 우선이라며 즉각 보고 시간을 놓친 청와대 참모들과 바로 적절한 대응 지시를 내리지 못한 문 대통령까지. 보고와 의사결정이 제때에 이뤄지지 못해 결국 애먼 한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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