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사라진 이종운 변호사 약혼녀의 수상한 행적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캡처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6년째 돌아오지 않는 이종운 변호사 실종사건을 재조명했다.

26일 오후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수상한 행동-그리고 사라진 변호사’라는 부제로 2004년 실종된 이종운 변호사 사건을 추적했다. 이 변호사는 휴가를 이틀 앞둔 그해 7월 29일 퇴근 후 사라졌다.

결혼을 두 달 앞둔 예비신랑이었던 이 변호사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친 상태였다. 약혼녀인 최모씨는 이 변호사가 무리하게 혼수를 요구해 갈등을 빚었으며 자신과의 결혼을 회피해왔다고 했다. 얼마 후 최씨의 말처럼 이 변호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라는 전화와 팩스가 도착했고 이후 경찰은 단순 가출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최씨의 주장과는 반대로 이 변호사가 약혼녀인 최씨에게 약 1억2000만원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신혼집으로 살 집 역시 최씨 명의로 변경됐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아들의 목소리를 모르겠냐더라. 이 변호사가 아니라고 했다”며 “자필 팩스에 쓰인 내용도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실종 10개월 후 여성 운전자가 운전한 차량에 동승한 이 변호사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발견됐다. 운전자에 대해 가족들은 “약혼녀 최씨”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와 최씨는 중매를 통해 만나 10번째 데이트에서 결혼을 약속했고 최씨의 요구로 약혼식을 했다. 그 자리에서 결혼 일정을 잡았지만 결혼 1주일 전 이 변호사 건강검진에서 종양이 발견돼 결혼식을 미뤘다. 이때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했다.

가족도 모르는 사이 이 변호사는 전입신고가 돼 있었다. 이를 추적한 결과 30대 중반의 오모씨가 이 변호사 행세를 하며 전입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구인 사이트에 글을 올렸고 최씨에게 역할 대행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최씨가 당시 자신의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있어 일을 볼 수 없는 상태이니 남편 역할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이에 오씨는 일당 5만원을 받고 전입신고와 휴대전화 개통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 최씨는 오씨를 시켜 이 변호사의 보험을 자기 명의로 변경하고 그의 예금을 인출했을 뿐만 아니라 대출까지 받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그 여자가 멘트까지 다 줬다. 누구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려줬다”며 “돈이 없어도 그런 일을 하면 안 됐는데 부끄럽다”고 했다. 오씨는 단순 사기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사는 실종 얼마 전 종신 보험에 가입했고 수익자는 최씨로 총 수령액이 15억원 정도로 설정해뒀다. 특히 당시 사고사일 경우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으며 실종 신고 후 2년 동안 발견되지 않을 경우 수익자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던 조항까지 있었다. 이는 마치 이 변호사의 실종을 예견한 듯한 대목이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뜻밖의 증거를 발견했다. 그의 수첩 속에서 글자를 조합한 흔적이다. 이는 이씨가 보낸 자필 팩스를 자작극으로 꾸민 증거였다. 당시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변호사가 나타나지 않아 가족들을 골탕 먹이고 싶었다. 다시 돌아오더라도 결혼은 힘들 것 같아 위자료라도 받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변호사의 신분증과 여권, 차 키 등을 갖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집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했다.

혼인신고서에 적힌 연락처도 이 변호사의 번호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최씨는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직장 동료의 번호를 적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 실종 후 답답한 마음에 이 변호사의 오피스텔을 찾아간 가족은 오피스텔을 전세로 내놓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오피스텔 세입자는 최씨 남편을 며칠 전에 봤다며 그의 남편은 이 변호사가 아니라고 했다. 세입자가 설명한 최씨 남편의 인상착의는 바로 혼인신고서에 적힌 전화번호의 주인 김모씨였다. 최씨가 이 변호사와의 신혼집에서 김씨와 동거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씨는 이 변호사를 만나기 한 달 전부터 김씨와 만남을 시작해 동거까지 했다. 이들은 이 변호사 실종 전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고 이 변호사 실종 후 상견례까지 해 결혼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씨도 이 변호사 실종 사건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 결혼을 하자고 하자 정략 결혼할 사람이 있고 혼인신고까지 돼 있다고 하더라. 헤어지자고 하니 이혼할 거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고 한참 뒤 이 변호사가 가출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의심할 사항이 없었다. 알리바이나 그런 것들에 문제가 없었다”며 답답해했다.

취재진은 김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 가족들은 CCTV 속 차량이 바로 김씨 소유 차량이라는 점에서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김씨는 “회사를 같이 하려고 차를 같이 쓴 것뿐이다. 조사도 받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고 아는 것이 있으면 말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CCTV 속 진실을 추적했다. 사진 분석 전문가는 “재킷, 와이셔츠의 형태를 비교했을 때 이 변호사와 CCTV 속 남성이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사진 속 운전자는 최씨와 키가 비슷하다고 추측했다.

전문가는 “만약 이것이 살인사건이라면 7월 29일 날을 잡아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치밀하게 계획한 다음 유인 납치한 후 살해, 사체를 처리하는 데까지 일사천리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데 시신은 어떻게 할 건가? 조력자 도움 없이 시신 유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최씨와 직접 만남을 시도했다.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최씨는 “고통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화를 거부했다. 제작진은 궁여지책으로 최씨의 남편을 만났다. 최씨의 남편은 “본인이 대화를 원치 않고 있다”며 “자신은 체포 후 실종인 걸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제작진은 최씨 남편에게 CCTV 사진을 건네 사진 속 여성이 최씨가 아닌지 답을 부탁했다. 고민 끝에 사진을 받아 들고 최씨에게 간 남편은 잠시 후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 억울했다고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라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는 “일사부재리는 같은 사건에 대해 다시 처벌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살인 혐의는 빠져 있다”며 “이 변호사 사체를 발견한다든가, 사망한 증거가 발견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가족들은 혹시 어디선가 이 변호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실종된 이 변호사와 수상한 동행의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시청자들의 제보를 기다린다”며 제보를 독려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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