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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후임에 ‘완벽한 보수’ 배럿 지명

낙태,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 주요 사안에서 보수적 성향 판결 이어질 전망
NYT “민주당, 임명 저지 어렵지만 소수 온건파까지 결속하는 성과 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보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보수적 성향이 뚜렷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연방대법관 인준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선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차기 연방대법관에 배럿을 공식 지명했다. 다음달 상원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고 나면 배럿은 미국 역사상 5번째 여성 대법관에 취임하게 된다.

배럿은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으로 인디애나 주 노터데임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다. 2017년 제7연방고법 판사로 지명되기 전까진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배럿이 대법관에 취임하면 1991년 당시 43세였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래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긴즈버그의 후임 대법관 지명에 대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지명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인준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상원 의석은 공화당이 53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CNN방송은 “공화당은 10월 셋째 주에 배럿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29일 이전에 인준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배럿이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연방대법관의 이념적 분포는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성향이 뚜렷하게 앞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브렛 캐버노 판사를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할 때 마지막까지 배럿을 후보군에 두고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럿의 인준을 두고 선거 직전까지 민주당과 진보층의 반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배럿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낙태, 총기규제, 이민정책, 의료보험 등 주요 사안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예상된다.

특히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배럿은 2012년 당시 오바마케어를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판결을 비판하며 정책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낸 적이 있다. 연방대법원은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오바마케어에 대해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기도 하다.

배럿은 2018년 법원이 낙태 후 태아를 화장하거나 묻도록 한 인디애나 주 낙태 규정에 대한 재고를 거부하자 “낙태는 아이들의 성과 인종 등 속성을 선택하도록 설계된 제도”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공화당은 11월 대선 전에 어떻게든 배럿을 대법관으로 임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이같은 정치적 힘자랑의 결과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온건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도 “선거일 이전에 인준안 표결을 진행한다면 배럿에 반대할 것”이라면서 “배럴을 인준하는 건 미국이 심각하게 분열된 이 시기에 분열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맨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 2명에게 찬성표를 던진 유일한 민주당 의원이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배럿과의 만남을 거부할 계획이다. 배럿을 만나는 행동 자체가 인준을 추진하는 데 법적인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 일이 공화당의 ‘권력 장악’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길 원한다”면서 “지금으로선 ‘대법관 지명 반대’가 민주당 내 소수의 온건파 의원들까지 결속시키고 있다. 이는 민주당에 작지 않은 성과”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김지훈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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