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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사과’에 톤다운 선회한 정부여당…“책임자 처벌”은 실종

북한 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27일 목포항으로 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가 급선회하고 있다. 명확한 월북 및 사살 경위와 소각 여부가 불투명한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통문 사과’만으로 사건을 ‘톤 다운’하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는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안보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진상 규명을 공동조사를 거듭 요청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협의, 정보 교환을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 등을 요청했다. 북한에 대한 책임자 처벌 등 문구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중진의원도 “사실 관계보다 훨씬 중요한 게 바로 북한이 사과했다는 점”이라며 “6·25전쟁 이후로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의 월북 의사 및 시신 소각 여부에 대해서도 “우리가 당시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다. 정부 정보가 100% 맞다”며 “시비를 가릴 만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5일 이 사건을 “불미스러운 일”로 지칭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정부와 북한의 발표가) 일부 표현이 달라도 따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며 “중요한 건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름을 넣고 사과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례적이고 진솔한 사과”(박지원 국정원장) “신속하게, 두 번씩이나 ‘미안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발표한 적은 없었다”(이인영 통일부장관) 같은 발언이 주말 내내 이어졌다.

여권 외곽에서는 도를 넘는 발언도 분출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통큰 지도자” 등으로 평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대통령의 분신들이 요설을 퍼뜨리고 있다”며 “국민이 총살당하고 방화 당한 끔찍한 사건을 얼버무리기 위해 해괴한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특히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제안했던 국회 대북규탄 결의안 채택 방안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의 사과 표명이라는 상황 변화가 있는 만큼 국회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취지다. 명시적으로 제안을 취소하진 않았지만 야권이 함께 제안한 긴급현안질의를 거부하면서 대북 결의안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몰아갔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은 “정쟁의 장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아 규탄 결의안부터 채택하고 현안 질의는 다음에 논의하자고 했으나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야당이 질문을 통해 알려드려야 한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그런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낙연 대표는 “바다에 표류하는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은 어떤 이유에서든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가 차이가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북측이 신속히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강준구 김영선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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