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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트럼프 지지자들 “부정선거만 아니면 무조건 이긴다”

트럼프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대선 유세 현장
과열된 지지자들 “바이든, 부정선거 시도할 것”
“트럼프, 미국 노동자 위해 싸우는 사람”
60∼70% 마스크 안 써…유세장 입구에선 체온 측정
한 트럼프 지지자 “한국, 방위비 더 내라” 주장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주 뉴포트뉴스에 위치한 뉴포트뉴스·윌리엄스버그 국제공항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 모습.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4000여명이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온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보인다.

미국 대선을 39일 앞뒀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버니지아주 뉴포트뉴스에 위치한 뉴포트뉴스·윌리엄스버그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가 열렸다.

공항 활주로에서 유세를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활주로는 실내보다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이 낮은 데다 차량 이동으로 인한 시간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나치게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로 인해 거친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승리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착이 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유세 현장에서 20명이 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 모두는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자신했다.

이들 지지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우편투표를 이용해 부정선거를 시도할 것”이라며 “부정선거만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지지자는 “바이든이 부정선거를 시도할 경우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번 대선에서 확대 실시될 우편투표가 부정 선거·사기 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선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에 그런 선택을 할 경우 지지자들도 그를 따를 것이 분명해보였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대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 트럼프 가면을 쓴 지지자가 죄수복을 입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장한 사람을 체포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오른쪽엔 한 지지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다.

뜨거운 열기…공항 활주로 유세장에 4000명 몰려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 뉴포트뉴스·윌리엄스버그 국제공항에 마련된 트럼프 유세장엔 이날 오후 6시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6시 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이 모였고, 긴 줄이 형성됐다. 인근 노퍽에서 왔다는 제임스 매츠는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서 보기 위해 오후 1시에 왔다”고 말했다. 공항 주차장은 일찌감치 가득 찼다. 지역 경찰들은 뒤에 오는 차량들을 주변 쇼핑몰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지역 언론인 ‘버지니안 파일럿’은 이날 유세에 4000여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는 코로나19로 인해 250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재선 캠프는 “미국인들은 평화적으로 모여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유세를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오후 8시 55분 공항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동행했다.

트럼프 “바이든 급진 좌파…내게 투표해야 미국 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오후 9시가 살짝 넘긴 시점에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민심 구애에 주력했다. 또 경쟁자인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토령의 말에 열광했고, “4년 더”를 외쳤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가 열렸던 미국 버니지아주 뉴포트뉴스 공항 주변. 많은 지지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투표를 해야만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고, (무기 소유의 권리를 보장한) 수정 헌법 2조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기 소유에 찬성하는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맞붙을 바이든 후보를 맹비난했다. 그는 “바이든은 민주당을 급진좌파에 넘겨준 약한 후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의 랠프 노덤 버지니아주 주지사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은 내게 ‘버지니아주는 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미친 주지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2주마다 여러분들의 총을 뺏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노덤 주지사가 총기 규제 찬성론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공격을 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버지니아주의 코로나19 규제를 문제 삼았다. 그는 “버지니아주는 교회도 못 가게 하고, 식당도 못 가게 하고, 친구 집도 못 가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언론인 ‘리치몬드 타임스 디스패치’는 그런 규제는 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바이든 부정선거 시도하면 맞서 싸울 것”

유세장에는 백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건설 노동자라는 리처드 퓰러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와 평범한 서민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바이든은 기득권 정치인이지만, 트럼프는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40대 백인 남성 제레미 케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그 보답으로 그를 지지한다”면서 “그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준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유세가 열렸던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공항 앞에서 ‘반(反) 트럼프’ 시위대들이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충돌을 막기 위해 이들 주변을 둘러쌌다.

중년 여성 제시카 머레이는 “코로나19 대응·경제·교육 등 모든 이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잘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으면 미국에선 수백만명이 코로나19로 숨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이 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녹음기처럼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바이든 후보에 대해 “거짓말쟁이”, “멍청이(idiot)”라고 비난했다. 한 지지자는 “나는 민주당에 장악된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면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지자는 “바이든은 우편투표를 악용해 부정선거를 시도할 것”이라며 “바이든이 부정선거를 할 경우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라는 이름의 20대 백인 남성은 “바이든은 선거를 훔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미국은 대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트럼프 지지자 “한국, 방위비 더 내라” 주장도

한 트럼프 지지자는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자 “한국은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가 “한국은 방위비에 많은 돈을 낸다”고 반박하자 이 지지자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충분한 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신은 미국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계속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반한(反韓) 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뉴스 공항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 현장 입구에 마련된 임시 텐트에서 트럼프 자원봉사자들이 청중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60∼70%의 지지자들은 유세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세 현장 입구에 마련된 임시 텐트에선 트럼프 자원봉사자들이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하고 세정제를 나눠주고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쓴 참석자들에겐 일회용 마스크를 전달하기도 했다.

유세 현장 주변에선 ‘반(反) 트럼프’ 시위대들이 ‘흑인 인권은 중요하다’ 등의 푯말을 들고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은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둘러싸면서 충돌을 막기 위해 애썼다.

뉴포트뉴스(미국 버니지아주)=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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