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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 재배할 때 나침반을 썼다?…그 기술 문화재 된다

문화재청, ‘인삼 재배와 약용 문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는 200년 전인 19세기, 상업이 사농공상의 맨 아래에서 천대 받던 시대에 상업의 도를 이루었던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을 모델로 했다. 그는 중국에서 인삼 무역을 하며 특히 자신의 인삼을 스스로 불태워버림으로써 중국 상계를 굴복시키고 ‘인삼왕’이 됐다.
인삼을 든 신선도. 출처: 영주인삼박물관

이제 중국은 물론 세계 각지로 수출되는 인삼의 재배기술과 약용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28일 이 같이 예고하면서 이번 지정 예고 대상은 인삼 자체가 아닌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을 비롯하여 인삼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포괄한 것이라고 밝셨다. 2016년부터 전통 지식 분야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졌지만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가 지정 예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래식 해가림 시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삼 재배가 크게 성행하게 된 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문헌인 ‘산림경제(山林經濟)’, ‘해동농서(海東農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몽경당일사(夢經堂日史)‘ 등에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인삼 재배 시 이랑의 방향을 잡을 때 사용되는 윤도(전통 나침반).

인삼 재배의 대표적인 전통 지식은 인삼 씨앗의 개갑(開匣·씨눈의 생장을 촉진시켜 씨앗의 껍질을 벌어지게 하는 방법), 햇볕과 비로부터 인삼을 보호하기 위한 해가림 농법, 연작이 어려운 인삼 농사의 특성을 반영한 이동식 농법, 밭의 이랑을 낼 때 윤도(輪圖·전통나침반)를 이용하여 방향을 잡는 방법 등으로 오늘날까지도 인삼 재배 농가 사이에서 전승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인삼은 그 효능과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민간에게 불로초 또는 만병초로 여겨졌으며, 이는 민간신앙, 설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인삼 문양은 건강과 장수라는 인삼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한반도 전역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농가(農家)를 중심으로 농업 지식이 현재에도 전승되고 있고, 온 국민이 향유하고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이미 지정된 ‘씨름(제131호)’, ‘장 담그기(제137호)‘와 같이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30일 이상의 지정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의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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