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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미술관·박물관 문열었네…놓치면 아까운 전시들

이건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진전 여부에 따라 미술관·박물관이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방역 당국이 마침 추석 연휴를 앞두고 28일부터 박물관·도서관·미술관 등 실내 국공립시설의 운영을 재개토록 결정했다. 언제 상황이 악화해 문 닫을지 모를 일. 서둘러 보면 좋을 전시를 소개한다.

멍멍!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오시‘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반려견을 끼고 산다면 이 전시, 꼭 가야 한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도 관람객으로 초대한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이다. 수의사, 조경가,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협업해 개 중심으로 공간과 작품을 구성했다.

국내외 작가 18명(팀)의 설치, 조각, 애니메이션 등 25점이 전시된다.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를 구한 썰매견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제안하는 정영두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적록색맹인 개의 시각을 고려해 도구를 제작한 김용관의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도그 어질리티(Dog agility, 장애물 경주)에 사용되는 기구와 비슷한 조각을 마당에 설치한 조각스카웃의 ‘개의 꿈’ 등이 선보인다. 10월 25일까지.

이참에 한국미술사를 한눈에!
백남준 , '색동', 1996년 작, 패널에 아크릴, TV모니터, VCR.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산을 낀 가을 풍광도 즐기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좋다.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은 미술애호가의 필수 코스. 한국 근현대미술 120년의 주요 흐름을 미술관 소장품 중심으로 살펴본다. 사회사적 관점을 취해 300여 점 소장품을 통해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분단, 4·19혁명, 서울올림픽, 세계화 등 격동의 한국사를 개괄하도록 했다.

1961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받은 김형대의 작품 ‘환원 B'에서는 박정희 시대가, 백남준의 1996년 작 비디오아트 작품 ‘색동Ⅰ’에서는 글로벌 시대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식이다. 2020년 구입한 대표적인 신소장품으로 일제강점기 화가 이용우의 ‘강산무진도’(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을 그린 그림·1947)는 처음 공개된다. 조선 후기 화원 화가 이인문이 그린 ‘강산무진도’를 패러디했다. 마침 이인문의 이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에 나왔으니 비교해 감상해보는 것도 재밌겠다. 성벽처럼 우람한 미술관 건물에서 바라본 청계산의 풍광은 덤이다. 상설전시.

문 대통령 부부도 관람한 ‘새 보물 납시었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7월 말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새보물 납시었네'전을 관람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은 10월 11일까지 2주간 전시를 연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 7월 30일 관람하면서 인기가 높았지만, 잠정 휴관하는 바람에 전시를 놓친 관람객이 많아서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정된 국보·보물 157건 중 89건 196점이 나왔다. 이동이 어려운 것 빼곤 새 보물이 총출동했다.

겸재 정선이 가을 금강산을 그린 ‘풍악내산총람도’(보물 제1951호) 등 회화와 ‘청자투각연당초문 붓꽂이’(보물 제1932호) 등 고려청자, 경북 경산 압량면 신대리에서 출토된 ‘청동호랑이모양띠고리’(보물 제2017호)등 고대 유물과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등 기록물…. 그중에서도 화원 화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보물 제2092호)와 문인화가 심사정의 ‘촉잔도권’(천하절경 중국 촉나라로 가는 길을 그린 그림·보물 제1986호), 이 두 그림을 나란히 전시한 게 압권이다. 굽이굽이 산천이 꿈처럼 펼쳐진, 길이 8m가 넘는 두루마리 그림이 대구를 이루듯 진열돼 있다.

코로나 시대 위로의 풍경화가 보고 싶다면
임동식, '원골에 심은 꽃을 그리다', 2019-2020년작, 캔버스에 유채.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원로 작가 임동식(75) 개인전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전에선 위안의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자연 미술’을 주창했던 그는 홍익대를 졸업한 뒤에도 고향 충남 공주로 내려가서 활동했고,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도 공주 ‘원골’로 갔다. 초창기 시절 그는 강변에서, 풀숲에서 행위예술을 했다. 낙향한 뒤 과거를 기록하듯 기억을 되살려 그때의 퍼포먼스를 회화에 담았다. 친구의 권유로 새로운 풍경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풍경에는 자주 비가 온다. 비의 결이 수직으로 화폭에 담긴다. 그는 그걸 ‘비의 결’이라고 했다.

“비가 안 오면 사물이 다 따로 보이지요. 나무면 나무, 풀이면 풀, 하늘이면 하늘, 다 분리돼 보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면 그 비의 결이 모든 사물을 하나로 통일시켜 보이게 해요.”
비 때문에 사방이 어른거리는 듯 하나가 된 그의 풍경화를 보노라면 지속하는 사회적 격리로 외로워진 마음들이 따뜻해질 듯하다. 11월 22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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