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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에 침묵하는 北…‘박왕자·천안함’ 이후 3번째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이모(47)씨 피살과 관련해 공동조사를 진행하자는 우리 정부 제안에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이미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라며 사건 경위를 밝힌 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강산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이후 12년 만에 재현된 공동조사 제안은 이번에도 불발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상호간에 이뤄진 공동조사 제안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을 관광 중이던 우리 국민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사살되자, 우리 정부는 다음 날인 12일 북한에 공동조사를 요구했다. 박씨의 사망 경위를 놓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는 만큼 공동조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히자는 것이었다.

같은 날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피살 사건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사고 조사를 위해 (북한으로) 들어오겠다는 문제에 대해선 허용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축했다. 사고 경위가 명백한 데다 현대아산 직원들과 사건 현장을 이미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2년 뒤인 2010년 3월 26일. 서해안에서 야간 훈련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로 남북의 처지는 180도 뒤바뀌었다. 그해 5월 20일 우리 정부가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서 발사된 중어뢰 ‘CHT-02D’에 의해 두 동강 났다고 결론 내리자,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우리 정부 발표 다음 날인 5월 21일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함선 침몰이 우리와 연계돼 있다는 물증을 내놓아야 하고 물증에는 단 한 점의 사소한 의혹도 없어야 함을 미리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검열단 파견을 우리 정부가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 정부의 거부로 북측의 검열단 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건 전말과 이른바 ‘최고 존엄’의 사과가 담긴 통지문을 건넸다는 점, 이씨 시신을 자체 수색하고 있는 점, 코로나19로 외부인과의 접촉이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 국민 사살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공동조사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부담이다. ‘(경비)정장의 결심 밑에 사격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국제사회의 이목이 이번 사건에 집중된 탓에 북한도 추가조사에는 나설 것”이라면서도 “체제 불안정 등을 감안해 공동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과 관련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동조사를 논의하는 데 필요한 군 통신선 등 남북 간 연락채널도 일절 가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사망 경위 등과 관련해 남북이 파악한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진행하자고 북한에 지난 27일 공식 제안한 바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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