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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라니… 누구도 예상 못한 ‘스가노믹스’

최저임금 최소 5%는 인상돼야 한다는 스가
코로나19 여파에 올해도 0.1% 인상 그쳐
내년에도 인상은 어려울 듯 전망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임기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같은 논란이 큰 정책도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최근 다무라 노리히사 후생노동상에게 전국 평균 902엔(약 1만53원)인 최저임금을 1000엔(약 1만1145원)까지 빠르게 올리라고 지시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혜택이 중산층에까지 충분히 돌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의 구매력을 올려야 전체 국내 소비량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 3%였는데, 스가는 이 인상률이 최소 5%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본의 최저임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 2019년 기준 일본 최저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의 44%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평균인 52.8%보다 낮은 수치다.

최저임금 인상은 스가가 총리에 오르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신이다.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사장은 2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에 참석했던 때의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아사히에 “당시 회의에서 최저임금 5% 인상안을 꺼냈다”며 “논란을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는 디플레이션 탈피이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필요한데 3% 인상으로는 턱도 없다는 주장이었다.

회의에서 기업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가 다케시 사장의 지원군으로 나섰다. 스가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다케시 사장이 전부 말해줬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 소득과 소비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 인상안에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한 것이다.

아사히에 따르면 당시에도 스가는 마지막까지 5% 인상 목표를 정부 경제정책 관련 주요 방침에 담아내려 했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민당의 주요 지지층인 중소기업 경영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기존의 3% 인상 방침이 유지됐다.

경영계도 스가 총리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적대적인 건 아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8일부터 24일까지 주요 기업 경영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스가의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90.8%에 달했다고 이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 경영자들이 스가 내각의 행정절차 온라인화와 규제 완화 움직임에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기업 경영을 과하게 압박할 수 있는 정책은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지난 7월 일본은 2020년 최저임금을 0.1% 올리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침체됐다는 판단 하에 11년 만에 사실상 최저임금을 동결한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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