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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무도 찾지 않은 죽음’ 2536명…무연고 사망 40% 급증 [이슈&탐사]

사진=윤성호 기자

김태성(가명·62)씨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건 지난 4월 18일이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그는 그날 집주인에게 4월분 월세를 냈다. 이후 주변에서 김씨를 본 사람이 없었다. 김씨의 집에 찾아온 사람도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12일에서야 김씨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존재를 알린 건 악취였다. 집주인은 ‘냄새가 난다’는 다른 세입자의 말에 김씨 집을 들여다봤다가 사망한 김씨를 발견했다. 옆에는 빙초산 원액이 절반가량 남아 있는 병이 놓여있었다. 음독으로 추정되지만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었다. 그에게는 형이 있었지만 형은 사체 인수를 포기 했다. 사체포기각서에는 “서로 안보고 산 게 20~30년 되었습니다. 사체를 포기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김씨처럼 홀로 죽음을 맞는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는 최소치라 실제 무연고 죽음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이 없는 죽음이 지난해보다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緣) 없는 죽음 2536명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536명으로 3년 전인 2016년(1820명)에 비해 40% 가까이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536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숨진 후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위임하거나 연고자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마저도 최소치라는 게 현장 이야기다. 서울시는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를 486명으로 집계했다. 2018년(566명)보다 80명이 줄었다. 그러나 서울 공영장례 지원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는 “지난해 나눔과나눔이 모신 무연고 사망자가 430여명이었다”며 “공영장례 없이 바로 화장터로 가신 분들도 있다. 체감상 총 사망자는 486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나눔과나눔을 통해 장례를 치른 무연고 사망자는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같은 추이라면 올해 말까지 무연고 사망자가 6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 대부분은 유가족이 있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1583명(62.4%)은 연고자를 찾았지만 장례비용 등으로 인해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시신이 됐다. 가족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이나 단절된 관계 때문에 연을 외면한다고 했다. “자식 된 도리로 모셔야겠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기초생활수급자라 생활고로 죽고 싶습니다.” “아버지를 안보고 산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화장된 무연고 사망자의 유족이 남긴 시신 처리 위임서는 다른 가족들의 사정을 짐작케 했다.

빈곤과 단절로 만들어진 무연고 죽음이 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대책의 밑바탕이 되는 통계부터 명확치 않다. 복지부는 그동안 공식 통계가 없는 고독사 실태를 추정하기 위해 무연고 사망 통계를 활용해왔는데, 지자체 마다 무연고 판정 기준이 달라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다. 이후 복지부는 연고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시신도 무연고 사망 통계에 반영하는 것으로 지침을 변경했지만 구멍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했다. 지난해 3월과 10월 복지부가 김승희 전 의원과 기동민 의원에게 제출한 2018년 무연고 사망자 수도 2549명과 2447명으로 102명의 차이가 있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정부는 지난 3월에야 고독사를 체계적으로 예방·관리하기 위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제정된 법에 따라 내년부터 복지부는 5년마다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각 지자체도 복지부의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죽음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일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울 중구의 쪽방 주민이었던 김모(74)씨는 지난해 7월 강원도 춘천 요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김씨에게는 연고자가 없었지만 동네 이웃들이 있었다. 서울시 공영장례조례대로라면 서울에 주소지를 둔 김씨는 서울로 운구 돼 공영장례 지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김씨는 춘천에서 장례의식 없이 화장됐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은 ‘사망지가 춘천이라 지원이 불가하다’고 봤다. 김씨가 화장됐다는 사실도 사망 이후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에서야 공고했다. 김씨와 함께 늦깎이로 글을 배우고 노숙을 했던 동료들과 쪽방촌 주민들은 뒤늦게 김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추모할 시간도 없이 그를 보내야 했다.

서울시는 그제야 김씨의 유골을 서울로 이송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춘천에서 흩뿌려진 뒤였다. 현행법은 무연고자인 김씨의 유골을 5년간 봉안하도록 하고 있다. 혹시나 찾지 못했던 연고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중구청에서는 봉안에 대해 전달했다고 하지만 춘천의 화장터에서는 전달받은 바 없다고 한다”며 “고인과 친했던 동료들은 ‘내가 죽어도 이렇게 하겠구나’라며 굉장히 분노하면서 허탈해 했다”고 말했다.

고영인 의원은 “무연고 사망자와 연고자를 찾아도 시신인수 조차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사회적 슬픔”이라며 “함께 생을 살다간 분들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최소한의 작별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차별 없는 장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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