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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딴지] 입사 2달만에 내 방에서 파자마 입고 회식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만나자!”

누가 이렇게 말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거 같아? “만나고는 싶지만 아쉽다” 이런 말처럼 들릴까. 아니면 “이런 상황에 굳이 만날 것까지야” 거절처럼 느껴질까.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는 거지.

우리는 지난 8월 첫 출근을 한 2개월차 꿍미니들이야. 언제쯤 입사 기념 회식을 할까, 학수고대 했지만 9월 중순까지 모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어. 입사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된 탓이지. 입사 첫 주에 잡았던 회식은 ‘상황을 지켜보자’며 매번 미뤄졌어.

한 달 넘게 지난 어느 날, 인턴기자들은 결단을 내렸어. “회식 까짓거, 그냥 각자 집에서 하자!”

그렇게 우리의 줌(Zoom, 화상회의 프로그램) 회식은 시작됐어. 코로나 시대의 진정한 인턴기자 회식. 우리 꿍미니가 보여줄게.



코로나 시대 회식을 알려주마
지난달 23일 오후 9시, 장소는 줌 회의실. 꿍미니 5명은 가장 편안한 실내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모여 앉았어. 오늘 회식의 콘셉트는 가면 회식이야. 누구는 고양이 가면을 썼고, 다른 이는 선글라스를 썼어. 화려한 무도회 가면도 보이지?


각자의 음료와 안주를 소개하며 회식은 시작됐어. 취향에 맞게 준비한 메뉴는 가지각색이었어. 맥주를 들고 나온 사람도 있고 브로콜리 주스를 마시겠다는 사람도 있었지. 각자의 잔을 컴퓨터 카메라에 부딪히며 건배했어. 인터넷 연결 문제인지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났지만 그래도 꽤 그럴듯했어.

화면 너머로 각자 방의 풍경이 보이지? 크로마키 기능으로 배경에 사진을 씌울 수도 있어. 한명은 국민일보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사진을 넣고는 “우리 지금 회사 근처에서 회식하잖아” 너스레를 떨었어. 제법 회식 기분이 나는 걸.


회식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잖아. 줌 회식의 최대 장점은 남의 입맛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거였어. 귀가가 쉽고 빠르다는 점과 편한 옷차림도 생각보다 큰 장점이더라.

“원래 술을 잘 마시지 못해서 회식을 가면 난감할 때가 많았어. 술을 못 마시는 것도 그렇고, 물만 마셨는데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내야 하는 것도 별로였어. 줌으로 회식을 하니 억지로 더 마시거나 할 일도 없고, 계산도 깔끔하네.”(꿍미니 B씨)
“이날 속이 안 좋아서 탄산수만 마셨는데, 실제 오프라인 회식이었다면 눈치가 보였을 것 같아. 뭐라도 먹는 시늉을 했을 거야.”(꿍미니 C씨)
“평소 밖에서 저녁 늦게까지 회식을 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막차 시간을 계속 확인했거든. 집에 돌아갈 걱정을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았어.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참여한 점도 좋았고.”(꿍미니 E씨)

무엇보다 비대면 회식의 장점에 이걸 빼놓을 수는 없겠지. 노마스크! 우리 모두 마스크 없이 먹고 마시고 웃으며 마음껏 떠들었어. 이런 왁자지껄한 회식, 너 대체 얼마만이니.

인턴 E씨가 비대면 독서모임 중 캡처한 화면. 오른쪽 하단 화면에 부원의 반려묘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꿍미니들 중에는 비대면 모임 유경험자들이 많았어. 꿍미니 B씨는 비대면으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대. 왕복 3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너무 효율적이라고 해. 이게 다가 아니었어. 비대면 독서모임을 하는 꿍미니도 있고, 다도모임 경험자까지 있더라고.

“독서모임을 하는데 대면 모임을 무기한 미루다 결국 비대면으로 했어. 독서모임에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니까 오디오가 겹치는 문제도 덜해서 만족해. 갑자기 엄마가 부르고 반려묘가 튀어나오고 그런 소동이 재미있기도 하고.”(꿍미니 E씨)
차(茶)동아리 정기모임을 비대면으로 해봤어. 우린 한번 하고 다시 대면 모임으로 돌아갔는데 다른 이유라기보다는 개인 소유의 다기가 없어서 쉽지 않더라고.”(꿍미니 D씨)

그중 놀라운 건 사진찍기 모임이었어. D씨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에서 사진 모임을 했다고 해.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워져서 비대면으로 찍은 거래. 프로그램 내 기능을 이용하면 친구의 눈과 자기 코를 합성할 수도 있고 다양한 필터를 설정할 수도 있어서 만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이거 한번 해볼만 하겠는 걸. 꿍미니들 모두 눈을 반짝였어.

그래도 우린 만나고 싶어


물론 모든 게 다 매끄러운 건 아니었어. 대화가 자주 엉켰거든. 말소리가 겹치거나 마이크에 오류가 생기면 대화의 흐름을 놓치게 되더라고. 기기 문제 등으로 ‘삐익’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발생할 때도 있었어. 그런 일이 반복되면 짜증스럽긴 하더라. 말이 들리지 않을까 봐 목소리를 높이다보니 쉽게 지친다더나 사적인 공간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나왔어.

무료 프로그램에 최장 1시간의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번거로웠어. 회의실을 여러 번 개설했다가 닫기를 반복해야 했거든. 물론 요즘은 구글 미트(meet), 줌 등 일시적으로 시간제한을 푸는 프로그램이 많다고는 해. 그 무엇보다 만난다는 실감이 덜했던 건 분명했어. 왜 아니겠어. 사람이 만난다는 건 눈을 마주치고 숨소리를 듣고 미묘한 표정변화까지 감지하는 거잖아.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서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잘 못 받았어. 흥겨운 분위기도 덜했어.”(꿍미니 A씨)
“물리적으로는 혼술과 다름없다고 생각해. 대면보다 덜 신나고 말도 덜하게 돼.정서적 교류가 대면보다 적은 것 같아.”(꿍미니 D씨)

비대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그래도 어쩌겠어.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해 코로나와 싸우고 있잖아. 각자 외로움을 견디면서 말이야.

꿍미니들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신나는 일이 뭘지 함께 상상해봤어. 가장 호응을 많이 얻은 아이디어는 영화나 드라마 감상이었어. 친구들이 아이돌 콘서트 영상을 줌으로 틀어놓고 함께 보더라고. 영화나 드라마를 켜놓고 서로의 리액션을 바라보면 즐거울 거 같아.

게임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나왔어. 라이어게임이나 마피아게임처럼 말로만 할 수 있는 단체게임은 가능할 거 같더라. 운동은? 노래는? 팀플은? 쇼핑은? 하나씩 짚어보다가 꿍미니들은 이런 결론에 도달했어. 뭔들 안되겠어? 하고자만 한다면 웬만한 모임은 모두 비대면으로 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시간도, 장소도, 방법도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우린 만날 수 있는 거더라고.

꿍미니들은 슬퍼하지 않기로 했어. 그리고 최선을 다해 즐거워질 계획이야. 이 끈질긴 코로나보다 더 끈질기게 버티면서.

박수현 인턴기자, 김수련 인턴기자, 김나현 인턴기자, 김남명 인턴기자, 송다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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