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같은 범죄자 격리 ‘보호수용제’ 왜 통과 안됐나

인권침해, 이중처벌 논란에 국회서 잇달아 폐기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

경북북부 제1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조두순의 2010년 3월 16일 CCTV 화면(왼쪽). 오른쪽은 한 네티즌이 컬러로 복원한 조두순의 모습.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오는 12월 출소한다는 소식에 강력범죄자를 형기 종료 후 일정 기간 격리하는 내용의 보호수용법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보수정부에서 보호수용법 제도가 추진됐었지만 인권침해 논란으로 잇달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보호수용제도가 도입돼도 실질적으로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법무부는 보호수용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는 것보다는 보호관찰 인력 강화 및 감시 대책 수립 등이 재범 예방에 더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2일 법조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당시 법무부는 2014년 8월 보호수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회 이상의 살인 또는 3회 이상의 성폭력 범죄, 13세 미만 피해자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검사의 청구에 따라 형기 종료 후 1~7년 간 별도의 보호수용시설에 수용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법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 앞서 2010년에도 보호수용제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었지만 반대여론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법무부는 19대 국회 종료 후 20대 국회에서 보호수용법 제정을 재추진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반대로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당시 윤상직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이 별도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2018년 9월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이후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법안은 지난 5월말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보호수용제의 도입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두순은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지난 14일 법무부에 “성범죄자 관련 보호수용법을 제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법무부는 보호수용법이 통과돼도 조두순을 법에 따라 격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국회에 제출됐던 법안에도 과거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소급해서 적용하는 규정은 없었다. 만약 소급 규정을 담은 법안이 제출된다 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보호수용은 사실상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고 형벌을 추가하는 것이라 ‘형벌 불소급 원칙’에 따라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보호수용제는 인권침해 논란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전두환정권 때 도입됐던 ‘보호감호제’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보호감호제는 절도·사기범 등도 적용받고 수용자들이 기존 징역 수형자와 같은 처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중·과잉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논란 끝에 2005년 국회에서 보호감호제가 규정된 사회보호법이 폐지됐다. 법무부가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려 했을 때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보호수용 시설 설치·관리에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20대 국회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제도를 도입·시행하면 향후 10년(2019~2028년)간 총 1126억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법조계 일각에서는 형벌의 법정형이 전반적으로 상향되고 양형기준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보호수용제가 필요하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보호수용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지난 2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보호수용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 7일 만에 7만여명이 청원글에 동의했다. 국민의힘 성폭력 대책특별위원회도 ‘보호수용법 제정안’ 발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는 보호수용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조두순이 출소하면 음주제한, 외출제한, 피해자접근금지 등의 준수사항을 법원에 청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조두순이 준수사항을 어기면 즉시 구인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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