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핵가방 직원 확진… 미군 수뇌부서도 감염자 나와

백악관 핵심 참모 등 확진자 계속 늘어
파우치 “백악관 봐라. 거기가 현실” 일침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해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마스크를 벗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 유사시 핵 공격을 승인할 때 사용하는 핵 암호가 든 검은 색 가방인 ‘핵 가방(nuclear football)’을 보호하는 직원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CNN방송 등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직원 2명이 추가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명은 백악관 군사실에서 근무하는 제이나 맥캐론으로 핵 가방을 담당하는 직원이며, 다른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중을 드는 현역 군인이다.

백악관 대변인실에서도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에 이어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현재까지 백악관 관리 중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15명이 넘는다.

일부 보좌관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이날 백악관 웨스트윙에는 ‘핫스폿’(집중 발병 지역)의 공포만이 감돌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NYT는 “화요일 아침 잠에서 깬 백악관은 ‘완전한 혼란’ 속에 있었다”면서 “백악관 직원들은 노란 가운과 수술용 마스크, 일회용 보호안경 등 개인 보호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에서는 앞서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호프 힉스 보좌관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엔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감염 사실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행원 닉 루나 보좌관도 잇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백악관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온 것은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도 마스크 없이 다닥다닥 붙어 진행된 탓이다.

당시 참석자 중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전 선임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톰 틸리스 상원의원, 마이크 리 상원의원, 존 젠킨스 노터데임대 총장, 하비스트 크리스천 펠로십 교회의 그렉 로리 목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 고위 장성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펜타곤(미 국방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해안경비대 찰스 레이 부사령관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CNN은 마이클 길데이 해군 참모총장과 찰스 브라운 공군 참모총장 등도 자택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모든 잠재적인 밀접 접촉자는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며 국방부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접촉자들을 추적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날 아메리칸대학의 화상 행사에서 “팬데믹이 거짓이라고 믿는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예방조치를 얘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번 주 백악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봐라. 거기가 바로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어 “매일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되고 있다”면서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보는 것은 불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이같은 상황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여전히 거짓 정보에 근거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펜실베니아 주 월마트 매장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브래드 디처트(31)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난 자유가 있는 미국에서 자랐다. 코로나19는 독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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