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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은 실손보험 서류 떼기, 이제 병원에서 곧바로 청구될까?

민주당 고용진 의원 등 15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개정안 발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7개 단체가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촉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27)씨는 4개월 전 사고로 발이 골절돼 수술비와 입원비 등으로 병원에 200만원 가까이 지불했다. 실손보험 가입자인 김씨는 이제 발급한 증명서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되지만, 청구 방법이 복잡한 데다 최근 일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씨는 “입·퇴원 확인서, 진단서 등 서류 떼는 데에도 수만원이 들었는데, 자료를 일일이 촬영해 보험사에 보내야 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국민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청구 시스템이 여전히 종이서류를 기반으로 해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가 불편하다는 지적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문제를 제기한 이후 11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의료계 반대 등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는 국민 34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 청구가 병원에서 곧바로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 개정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보험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 과정에서 종이문서가 필요한 경우는 99.9%고, 0.002%만이 병원과 보험사간 의료기록 전자 송부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소비자 76%가 팩스나 우편, 보험설계사, 보험사 방문 등을 통해 서류를 제출했다. 24%는 종이서류 발급 후 이메일이나 보험사 어플리케이션으로 제출했다. 이 경우에서도 보험사 직원이 서류를 보고 일일이 전산 시스템에 입력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험 가입자는 이같은 방식에 불편을 느끼고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청구를 하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 등 15명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8일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소비자 요청에 따라 병·의원이 직접 증빙서류를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것이다. 서류 전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고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임에도 낡은 보험금 청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아 소비자가 청구를 포기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개정안의 취지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의료계에선 서류 전송을 위탁하면 심평원이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거나,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까지 심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선 이런 점을 고려해 심평원이 서류 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위탁 업무 관련 의료계 인사도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 관련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도록 표준 문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암호화해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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