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판정 없이 백악관 집회 연 트럼프… 유세도 재개한다

트럼프, 백악관에 흑인·히스패닉 지지자 수백명 초청
백악관 주치의 “트럼프, 바이러스 전파 위험 없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글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 2층 발코니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후 처음으로 공개 행사를 치렀다. 대선을 3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건재를 과시하며 ‘법과 질서’ 프레임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완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하게 수백명 규모의 행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뒷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사우스론 2층 발코니에서 ‘법과 질서를 위한 평화 시위’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당초 백악관은 이번 연설에 지지자 2000명을 초대했다고 했지만 실제 참석자 수는 500여명 정도였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기는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이들은 어깨와 어깨가 닿도록 촘촘히 서서 연설을 들었고 “4년 더”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평소 백인 일색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와 참석자 대다수는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흑인 우파 활동가인 캔디스 오웬스를 주축으로 참석자들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흑인의 민주당 탈당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블렉시트(BLEXIT)’ 회원 다수가 참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장할 땐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발코니 연단에 서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던진 뒤 “기분이 좋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졸린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이 흑인과 히스패닉을 배신했다”며 “그가 이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면 오산이다. 좌파가 정권을 잡으면 공권력에 대한 전국적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흑인과 히스패닉들이 민주당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도록 설득하는 게 이날 연설의 기획 의도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경내 공식 행사일 뿐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현장 선거유세 재개라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공개한 뒤 월터 리드 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5일 사흘만에 서둘러 백악관으로 돌아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활동을 재개해도 되는 상태인지에 대해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숀 콘리 백악관 주치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타인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위험성이 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가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음성 판정을 받았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주치의 성명은 트럼프가 집회에 나가 지지자들과 대화를 다시 시작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열흘 정도 된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으리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전했다. 알버트 코 예일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중증 환자는 20일 동안 격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문가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여전히 바이러스가 탐지되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트럼프 캠프는 오는 12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13일 펜셀베이니아주 존스타운, 14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대규모 선거 유세를 본격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 더 큰 격차로 밀린다는 결과가 이어지자 대면 정치활동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한편 15일 화상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던 2차 대선 TV토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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