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안내견은 불행할까요? [개st상식]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세계적으로 3만5000마리, 국내에 약 100마리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견은 성격, 유전병 등 엄격한 조건을 거쳐 선정된다. 전체 후보견의 30% 이하만 최종 선정되며 7~8살까지 안내견으로 활동한 뒤 일반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여생을 보낸다. 출처: Guidingeyes, Life Without Barrier

“안내견들은 장애인을 돌보느라 쉴 시간도 없다더라.”
“안내견들은 모든 욕구를 참느라 스트레스로 일찍 죽는다더라.”

여러분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만난 적 있나요? 전국의 안내견 숫자는 불과 100마리에 불과해 실제 마주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편견과 오해가 생긴 것이죠. 하지만 소문은 사실과 다릅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 보상을 받는 과정을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이는데요. 이런 유쾌한 성격 덕분인지 또래 반려견들보다 건강하며 오래 삽니다.

이에 미국에서 연간 170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하는 시민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눈’(Guiding Eyes for the Blind·GEB), 한국의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함께 안내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sanjoaquinmagazine

"제가 불쌍하다고요? 저 행복해요!" 출처: sanjoaquinmagazine


오해① 안내견은 욕구를 억누른다?


영국의 시각장애인 에밋 파텔(39)과 그의 안내견 키카. 런던 지하철에 탄 키카의 모습을 두고 '안내견은 발을 밟혀도 침묵하도록 훈련받는다'는 와전된 소문이 번졌다. 에밋 파텔 트위터.

2년 전 만원 지하철에 탑승한 해외 안내견의 사진이 돌아다녔습니다. 주변 구둣발 때문인지 안내견은 발을 밟히거나 다쳐도 꾹 참도록 훈련받는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안내견도 아프면 ‘깨갱’ 소리를 내는 등 본능을 감추지 않습니다.

또한 퇴근 후 안내견의 일상은 여느 반려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안내견에게 출퇴근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답은 허리에 착용한 하네스(허리띠)입니다.

"하네스를 차면 눈빛이 달라진답니다" 출처: guidingeyes

하네스는 안내견과 파트너의 굳건한 약속입니다. 이를 착용하는 즉시 안내견은 파트너를 안전하게 목적지로 데려가겠다는 오직 하나의 놀이에 집중합니다. 이때 발휘하는 집중력은 어지간한 방해요소들을 이겨낼 만큼 엄청나죠.

하루를 마치고 리드줄을 풀면 안내견은 편안하게 휴식합니다. 반려견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오해② 안내견은 임무를 괴로워한다?

후보견 10마리 중 3마리꼴로 안내견에 최종 선정됩니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집중력이 뛰어나며 심리적·물질적 칭찬을 몹시 즐깁니다. 그래서 임무에도 적극적으로 나섭니다. GEB는 “안내견들은 매일 아침 임무용 하네스를 채워 달라고 신나게 달려온다”며 “매 순간 열심히 동행하고 그에 대한 칭찬을 받고 행복해한다”고 소개합니다.

안내견들은 성취욕이 큽니다. 세계적인 안내견 육성단체인 GDB(Guide Dog for the Blind)는 “안내견들은 맛있는 음식과 칭찬 등으로 후하게 보상받는다. 그래야 자신감 넘치는 안내견으로 길러진다”고 소개하죠.

"저 늠름하지 않나요?" 건강, 성격 등을 엄격하게 관리받은 모견이 새끼들을 낳은 모습. 이 가운데 안내견 테스트를 통과하는 개는 약 30%에 불과하다. 출처: Guidingeyes

안내견을 잘 돌보려면 시각장애인도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2주 합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안내견을 제대로 보상하는 방법과 돌보는 요령을 가르치는 것이죠.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안내견은 파트너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일한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을 좋은 반려인으로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안내견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외면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안내견들은 각별한 유대감을 공유하며, 파트너의 칭찬을 그 무엇보다 갈구한다. 출처: guidedog.uk

안내견의 목표는 임무를 완수해 파트너로부터 사랑받는 겁니다. 간식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심적인 성취감이 더 큽니다.

해외 훈련사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당신은 모르는 안내견’(Not Your Average Service Dog)에선 안내견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리트리버가 “식욕이 엄청난 견종이므로 어릴 적에는 훈련 보상으로 간식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임무가 몸에 배면 이후로는 말로 칭찬하기, 토닥이기, 장난감의 비중을 늘린다”고 덧붙입니다. 비만도 예방하고, 임무의 흥미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민의힘 비례대표 김예지 국회의원과 그의 시각 장애 안내견 조이. 출처: 뉴시스

오해③ 안내견들은 수명이 짧다?

안내견은 반려견보다 오래 생존합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집계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안내견학교 출신 안내견(리트리버 견종) 88마리의 평균 수명은 13년10개월입니다. 동종 견공의 평균 수명은 12년이니 그보다 1년 넘게 더 오래 사는 겁니다.

연합뉴스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우수한 성격이 한몫한다”고 설명합니다. 안내견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느긋합니다. 모르는 사람, 자동차 경적소리 등 외부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죠.

예컨대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어떨까요? 안내견은 ‘나와 놀아줄 사람’ ‘궁금한 사람’으로 받아들입니다. 다른 반려견들은 경계하고 공격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반대죠.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덜 받으니 건강할 것이라는 추론입니다.

물려받는 유전자 또한 우수합니다. DNA 검사를 거친 부모견에게서 태어난 만큼 안내견들은 암·관절질환 등 다양한 유전병에 거의 걸리지 않죠.

"형이라고 불러. 내가 10초 먼저 태어났다." 리트리버는 한번의 임신으로 10마리 넘는 출산도 가능한 다산 견이다. 출처: Guidingeyes

장애인과 거닐면 산책 아니라 중노동? 편견 벗어야

안내견을 향한 오해는 결국 장애인에 대한 오해에서 출발합니다. 장애인은 혼자서 생존할 수 없고, 사회가 먹여살려야 한다는 등 고정관념이 결국 ‘장애인과 동거하는 안내견의 삶은 고달프다’는 착각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거 웃는 표정이에요" 시각 장애인을 비롯한 가족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안내견들의 모습. 출처: Guidingeyes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이 비장애인이면 ‘산책한다’, 핸들러면 ‘훈련받는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장애인과 개가 걸어가면 왜 ‘혹사당한다’고 하죠?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수많은 반려견이 홀로 빈 방을 지키는 지금도 안내견들은 보호자와 함께 세상을 누빕니다. 안내견은 희생적이지 않으며 다만 자신이 즐거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와 ‘희생’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응원해주세요.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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