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저지른 범죄자가 경찰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 학폭 피해·가해자, 경찰학교 동기로 만나
가해자 “때린 적 있지만 이후 잘 지내, 청원글 당황”

게티이미지뱅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중앙경찰학교 재학생의 과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폭로하며 “그가 경찰관이 되는 일을 막아 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8일 ‘학교폭력 범죄자가 경찰이 되는 것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 A씨는 중앙경찰학교 재학생인 B씨의 실명과 교육번호 등을 언급하며 “학교폭력 가해자로서 폭력행위뿐만 아니라 반인륜적인 행위로 학우들을 괴롭힌 범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가 경찰이 되면 민원인, 국민, 더 나아가 경찰 이미지에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 우려돼 용기 내 글을 작성한다. 한 치의 거짓과 과장이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글을 이어갔다. 그는 “중학교 시절 3년과 고등학교 재학 1년, 4년간 폭행이 지속됐다. 뒤에서 급소를 발로 찬 뒤 웃고 학교 내 탈의실과 화장실에서 명치와 뺨 부위를 때렸다. 도망갈 경우 마주칠 때마다 ‘왜 도망갔냐’며 폭행했다”며 “라이터를 몸 가까이 대며 위협했고 생일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침입 및 감금도 중학교 3년 내내 계속됐다. 우리 집을 자신의 아지트처럼 여겼고 라면을 끓여오라고 시키고 거부할 경우 때렸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현관문을 발로 차고 침을 뱉었고 시정 장치를 부수려 하거나 불을 붙이려 했다. 나를 베란다에 있게 한 뒤 문을 잠가 감금하기도 했다”고 썼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있다고 밝히며 “비슷한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고 B씨에게 맞아 얼굴에 멍이 든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A씨는 “이런 만행을 저지른 범죄자가 경찰이 된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는 평생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사과 한마디 없었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는 이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이며 큰 용기가 필요했다”며 “학교폭력 가해자가 과거를 숨기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이 되는 것이 걱정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원 글이 게시된 뒤 중앙경찰학교가 조사한 결과 A씨와 B씨 모두 이 학교에 재학 중이며 두 사람은 동기로 입교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학교 측과 면담에서 “철없던 중학생 시절 A씨를 때린 적 있다. 반성한다”며 학교폭력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고등학생 때와 경찰 시험을 함께 준비하면서는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며 “갑자기 국민청원을 올리니 당황스럽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A씨와도 면담을 진행했으며 “원한다면 B씨를 고소하라. 우리가 경찰서를 연결해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아직 고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학교 측은 “교칙 상 입교 전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 후 기소가 이뤄졌을 때 징계할 수 있다”며 “만약 A씨가 B씨를 고소해 기소로 이어진다면 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원 글만으로는 B씨를 퇴학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