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통계 공방에 감정원 조사표본 46% 확대…신뢰성 높아질까

내년 아파트값 주간조사 표본 9400가구→1만3720가구


한국감정원이 내년 아파트 가격 주간조사 표본을 46%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마련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감정원 통계가 부동산 시장 현황과 전세난 등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처다. 감정원이 적은 표본을 사용하다 보니 민간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보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응한다는 목표이기도 하다.

감정원은 18일 내년 주택가격 동향조사 표본을 확대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2.9%(15억4200만원) 늘린다고 밝혔다. 주택가격 동향조사 예산은 올해 67억2600만원에서 내년 82억68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최근 5년 가장 큰 폭의 증액이다.

예산 증액을 통해 감정원은 주간조사 표본 아파트 수를 올해 9400가구에서 내년 1만3720가구로 46%(4320가구) 늘릴 예정이다. 주간조사 표본은 2016년과 2017년 7004가구였다가 2018년 5.7%(396가구) 늘어난 7400가구, 지난해에는 8.2%(608가구) 증가한 8008가구, 올해는 17.4%(1392가구) 더 늘린 9400가구로 확대 중이다.

표본이 늘어날수록 지역 및 주택 특성, 거래 성격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고 시장 동향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감정원의 주간조사는 매주 전국의 아파트값 및 전셋값 상승률을 조사해 발표하기 때문에 시장과 수요자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원이 많은 표본을 확보해 거래내역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올바른 시장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감정원은 실거래 가격과 거래 가능 가격 등을 반영한 전문조사를 통해 가격을 산정한다. 실거래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되기 때문에 정확성이 높다는 게 감정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감정원의 통계 신뢰성 문제는 주요 질의 대상이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감정원 통계와 KB 통계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문재인정부 들어 감정원은 15.7% 올랐고, 국민은행은 30.9% 올라 격차가 15.2% 포인트나 벌어졌다. 38배 차이가 나서 통계의 신뢰성이 훼손됐다. 결국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순철(왼쪽 두번째) 경실련 사무총장 및 경실련 부동산 정책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지난 30년 서울 아파트, 전세가 변동 분석' 발표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시장에서는 감정원 통계와 KB 통계에 차이가 나는 주요 이유로 ‘표본 수의 차이’를 꼽는다. 주간조사에 사용하는 표본 수는 KB국민은행이 3만4000여 가구인 반면 감정원은 1만 가구도 되지 않아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감정원의 표본 수가 적어 시장 상황을 고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통계 신뢰성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정기적으로 통계 품질 관리 외에도 체감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며 “표본의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45% 증가한 1만3750가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집값 통계가 지나치게 짧은 주기로 발표되고 있어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실거래가격은 한 달 단위로 신고하게 돼 있는데 감정원의 가격 동향은 주간 단위로 발표되면서 시장 상황이 올바르게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거래가 많은 시기에는 주간 단위 통계에 가격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는 반면 거래가 적은 시기에는 거래가 아예 일어나지 않은 표본 아파트가 많아 지수로 시장 상황을 나타내기 어렵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에서 “감정원의 주간 동향이라도 발표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장관은 “통계 개선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개선 방향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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