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워싱턴] 트럼프, 선거자금도 밀린다…네거티브로 역전 가능할까

트럼프 캠프, 지난 9월 선거자금
바이든 캠프에 1억 3600만 달러(1558억원) 밀려
바이든 차남 헌터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 유출
추가 폭로 배제 못해…사상 최악 대선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지지자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오캘러에서 열렸던 대선 유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미국 달러화 모조 지폐를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올해 미국 대선은 예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선거가 됐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이 그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재선을 노리던 트럼프 대통령의 꿈은 올해 초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졌다.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나 선거자금 등 각종 데이터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우세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대선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선거자금 모금에서 밀리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불길한 신호다. AP통신은 “현대 시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선거자금이 상대 후보보다 모자란 첫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17일(현지시간)로, 17일 남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백인 노동자·농민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고정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진영에서 막판 대역전을 위해 네거티브 정치 공세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후보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의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된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또 코로나19가 ‘쥐꼬리’ 소득세 납부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약점을 가려준다는 주장도 있다.


여론조사 밀리는 트럼프, 이젠 선거자금도 뒤쳐져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는 현상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이후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17일 기준으로 미국 전국 여론조사의 평균을 집계한 결과, 바이든 후보는 51.3%를 기록했다. 42.3%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9.0% 포인트 앞선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스스로 공개했던 지난 2일의 평균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가 50.3%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42.9%였다. 7.4% 포인트 격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바이든 후보와의 격차가 1.6% 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코로나19 감염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중이었던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차를 타고 나와 지지자들 앞을 지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

격전지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강세다. 로이터통신이 위스콘신주·펜실베이니아주·미시간주·플로리다주·애리조나주 등 최대 접전지 5개주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5승 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5개주는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가 모두 승리를 거뒀던 지역들이라 트럼프 캠프의 충격은 더 컸다.

선거자금에서도 트럼프 캠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2억 4700만 달러(2831억원)의 선거자금을 모았다고 미국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신고했다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반면, 바이든 캠프는 같은 기간 3억 8300만 달러(4389억원)을 걷었다고 밝혔다.

바이든 캠프가 9월에 트럼프 캠프보다 1억 3600만 달러(1558억원)을 더 모은 것이다. 선거자금은 대선 판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돈이라는 것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몰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해명에 나섰다. 그는 16일 조지아주 유세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선거자금 모금자가 될 수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후원자들에게 (다른 식으로) 보답하는 것을 원치 않아 그 일(모금)에 힘을 쏟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아들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 유출…막판 네거티브 불붙나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팬들도 만만치 않다. 고졸 이하 백인 남성층이 대표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지난 6∼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졸 이하 백인 남성층으로부터 61%의 지지를 받았다.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35%였다. 26% 포인트 격차다.

하지만 WP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고졸 이하 백인 남성층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31% 포인트 차로 눌렀던 것과 비교할 때는 격차가 조금 줄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2013년 12월 4일 아들 헌터 바이든(오른쪽)과 헌터의 딸이자 손녀인 피네건 바이든과 함께 중국 베이징의 국제공항에 내리고 있다. 헌터의 은밀한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되면서 미국 대선 막판이 네거티브 공세로 얼룩지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후보 아들 헌터 바이든의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된 것은 미국 대선 막판에 네거티브 공세가 극에 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충격적인 내용이 추가 폭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수성향의 미국 신문 뉴욕포스트는 헌터의 자료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와 하드디스크 복사본에 헌터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약 코카인을 흡입하면서 신원미상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담은 12분짜리 동영상과 사진들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또 헌터가 한 때 이사로 몸담았던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부리스마측 인사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후보를 만나게 해줘 감사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헌터의 이메일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부패한 정치인이고 바이든 가족은 범죄기업”이라고 말했다.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해군에서 불명예 전역하고, 뇌암으로 숨진 형의 부인과 연애 행각을 벌였던 헌터는 바이든 후보에게 아킬레스건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헌터의 사생활 자료가 유출된 것과 관련해 러시아 등 외국 정보기관의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FBI는 러시아 등이 바이든 후보에게 불리한 정보를 해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는 중간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이 막판 네거티브로 얼룩지면서 최악의 대선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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