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레전드”… ‘그알’ 윤상엽 익사 사건 재구성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하반기 최고 시청률… “올해 레전드편” 온라인 와글


윤상엽씨가 사망하고 나서야 드러난 사실들. 아내 이모씨의 불륜, 수상한 별거, 사라진 컴퓨터 본체. 더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고액 연봉을 받던 연구원 윤씨가 의문의 죽음을 맞기 전 3000원을 친구에게 빌릴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을 이어갔다는 점이었다. 사건의 전말은 아내 이씨가 남편의 사망보험금 8억을 타기 위해 보험회사와 접촉하면서 드러났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17일 방송이 올해 하반기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분인 1235회의 전국 기준 시청률은 6.9%다.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이번 편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이례적으로 폭발하고 있다. 방송 중간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고인의 이름이 올랐고,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건이 확장하고 있다.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 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는 다이빙 사고로 사망한 윤씨의 사건을 담았다.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가평 용소폭포에서 윤씨가 다이빙 후 익사했다. 윤씨 부부와 아내의 지인들과 함께 한 자리였다. 이 사건은 윤씨의 아내 이씨가 직접 방송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남편이 죽고 사망보험금 8억원을 받으려고 했으나 보험사가 의문을 제기해 분쟁 중이라는 이유였다.

제작진은 당초 해당 사건을 보험사와 분쟁을 겪는 이들에 대한 주제로 취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어딘가 수상했다. 취재 도중 만난 윤씨의 가족들은 놀라운 사실을 털어놨다. 윤씨의 누나에 따르면 현재 윤씨 사망 사고에 새로운 첩보가 입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피의자는 바로 아내 이씨. 그는 현재 보험사기와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돌이켜 보니 의아한 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누구도 이 둘이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결혼 생활도 이상했다. 결혼식은 생략했고, 윤씨가 신혼집을 마련했으나 둘은 함께 살지 않았다. 이씨는 여러 이유를 들어 별거를 지속했고, 윤씨는 반지하를 전전했다.


윤씨의 사망 당일 행적은 미심쩍다.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한 여성은 윤씨가 다이빙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했으나 이씨가 “그럼 내가 할게”라고 도발해 윤씨가 어쩔 수 없이 바위로 올라갔다고 털어놨다. 당시 이씨의 지인들은 윤씨를 무시하거나 무안을 주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더욱이 이 여성은 윤씨와 이씨가 부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조모씨와 이씨가 오래된 연인 사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밖에도 또래의 젊은 남자들과 여러 차례 동거했고 윤씨와 연애를 하던 당시에 결혼과 파혼을 하기도 했다. 윤씨의 사망 후 이씨에게 숨겨둔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윤씨가 생전 그의 아이를 입양했다고 했다.

윤씨는 다이빙을 한 후 사망했다. 이씨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구명 튜브를 던지는 등 구조 활동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윤씨보다 앞서 다이빙한 조씨가 사고 지점에 가까이 있었다. 그가 구조 활동에 왜 적극적이지 않았는지 물음표가 남는다. 이씨와 조씨는 현재도 동거 중이다.


이씨는 윤씨가 물에 입수한 뒤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함께 있던 여성은 비명을 들었다고 했다. 부검의 역시 포말이 생긴 것으로 미뤄보면 여러 번 수면으로 나와 구조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의학 전문가는 “포말은 윤씨가 살기 위해 했던 행동에서 나온 흔적”이라며 “수면을 오르내리며 물과 공기가 함께 들어가야 포말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씨가 사망한 후 이들의 행적은 서늘했다. 제작진은 윤씨의 집 앞 CCTV 영상을 복원했다. 물놀이 가기 전 아내를 기다리던 윤씨의 모습이 지나가고 이틀 후 윤씨의 장례식이 진행되던 중 아내 이씨가 조씨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는 상복 차림이었다. 이들은 윤씨 집으로 들어갔다가 40분 후 점퍼 하나를 품에 안고 나왔다. 발인 날이던 7월 3일에도 조씨는 이 집을 다녀갔다. 이씨가 아닌 다른 여성과 함께였다. 이들은 윤씨의 PC 본체 등 여러 물건을 들고 떠났다. 이들은 무엇을 숨기려고 했을까.


윤씨는 사망 무렵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넉넉한 형편이었던 그가 앞서 개인 회생을 신청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씨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신의 집이 기초 생활수급자라 윤씨가 도움을 줬고, 자신들은 돈을 모으는 데 관심이 없어 빚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는 2018년 12월 31일 SNS에 ‘귀신 헬리콥터 팝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불법 장기 매매를 의미하는 은어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등산용 로프를 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윤씨는 빚에 허덕였지만, 부부는 늘 해외여행을 다녔다. 윤씨는 사망하기 전날에도 친구에게 3000원을 빌렸다. 친구는 “(연락 온 날이) 토요일 새벽이었는데 그 다음 날 놀러 간 게 말이 되냐”며 “놀러 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기분 좋게 간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이씨가 윤씨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려다 드러났다. 윤씨가 피보험자였던 보험은 여러 차례 실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가까스로 보험료를 납부하며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었다. 윤씨가 사망한 날은 보험이 실효되기 4시간 전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씨와 조씨의 행동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구조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 역시 범죄라는 입장이다.

윤씨가 사망한 지 100일도 안 된 시점에 이씨의 SNS에는 수상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물 위에서 신나게 수상 레저를 즐기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후에도 자신의 딸, 지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사망 전 윤씨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 아내는 내 빈자리 못 느낄 것, 장례식에도 안 올 거 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는 “윤씨는 아내가 자신에게 부당한 행동을 했단 걸 알고 있었지만 저항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마치 길들여진 것처럼 그렇게 살아갔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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