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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후폭풍에 대통령 지시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휘청?

정부, 9월 내 입법 공언했지만 아직도 법안 발의 지연


정부가 부동산시장 교란 방지를 내세우며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논의하고 있지만, 관련 계획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등 동력이 많이 떨어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달 초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감독기구의 법적 근거를 지난달 안에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관련 법률안은 발의되지 않았다. 최근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 개정 후폭풍으로 부동산 여론이 다시 악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정부·여당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토부 등은 지난달부터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법률 제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처음 검토를 제안하자 정부는 지난달 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9월 내에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입법을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당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대상자에게 법원 영장 없이 계좌정보나 납세 정보를 조회할 권한을 주려면 관련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지난달 부동산 거래 신고 내용과 관련해 정부가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는 여기에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 개정과 신설 기구의 권한과 관련된 내용까지 더해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치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미 연내 출범을 공식화한 만큼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 절차만 6개월가량 걸리는 정부 입법 대신 여당 의원 입법을 통한 발의가 유력시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법안 내용 등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며 “당초 계획보다 좀 늦어진 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다소 민감한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부처 간 협의할 게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논의의 동력은 많이 떨어졌다. 당장 정부가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개인정보 침해 등 ‘빅 브러더’ 논란이 제기됐다. 실효성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금 주택 문제의 최대 현안은 결국 집값, 전·월세 가격인데 정부가 당장 내일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든다 해도 여기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월세 대란 역시 정치적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여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지난 7월 말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지만, 최근 그로 인한 후폭풍으로 전세대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또다시 야당 동의 없이 부동산 감독기구를 밀어붙이기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야당은 부동산 감독기구가 부동산 거래자의 금융·과세정보를 영장 없이 보는 건 위헌이라며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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