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여론조사 믿을만한가…정확히 4년 전과 비교하다

2016년 10월 여론조사 트럼프, 4%P∼12%P 밀려
2020년 10월 여론조사 트럼프, 7%P∼12%P 열세
“올해 안 틀린다”…조사기법 보완·코로나 비판론 확산
“또 틀린다”…숨어있는 ‘샤이 트럼프’ 위력 여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올해 미국 대선의 사전투표(Early Voting)가 시작된 17일(현지시간) 선거관리 직원이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에게 주기 위해 준비한 ‘나는 투표했다(I Voted)’라는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정리하고 있다. AP뉴시스

“어떤 대선 후보도 이렇게 늦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현재 겪고 있는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은 적은 없다”

미국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0월 18일 보도했던 기사다. 하지만 2020년 올해 기사가 아니다. 정확히 4년 전인 2016년 기사다.

WP는 4년 전 기사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 여론조사 역사상 최대의 역전극이 될 것이다.”

‘최대의 역전극’은 현실이 됐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완전히 틀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18일(현지시간)로,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은 16일이 남았다. 이번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열세’가 계속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1년 넘게 미국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밀린 적이 없다.

4년 전 경험으로 인해 올해 미국 대선 여론조사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의견은 엇갈린다. 여론조사기관들이 여론조사 기법을 보완했기 때문에 4년 전 실수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도 다 잡은 물고기를 놓쳤던 2016년 대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라 올해 대선은 여론조사 전망대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확률이 현재로선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는 감추면서 투표장에선 트럼프를 찍는 ‘샤이 트럼프’ 층이 올해 여론조사에서도 숨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여론조사도 틀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역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0월 트럼프, 최대 12% 포인트 밀렸다

2016년 미국 대선은 그 해 11월 8일 실시됐다. 대선 투표를 불과 3∼4주 앞둔 시점에 실시됐던 미국 전국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최대 12% 포인트∼최소 4% 포인트 밀렸다.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2016년 10월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7% 포인트나 뒤쳐졌다.

특히 WP는 4년 전 기사에서 트럼프가 오차범위 안에서 밀렸던 여론조사는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격차는 4% 포인트였다.

몬머스 대학,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 조지워싱턴 대학, 폭스뉴스 등의 여론조사는 오차범위를 뛰어넘어 클린턴 후보의 오류가 없는 확연한 우세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승자는 트럼프였다. 힐러리로 대표되는 ‘주류 기득권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 트럼프가 내세웠던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지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2020년 10월 트럼프, 여전히 최대 12% 포인트 밀려

올해 10월 초·중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의 우위가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은 트럼프에 최대 12% 포인트∼최소 7% 포인트 앞서있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를 10% 포인트 차로 제쳤다. 4년 전 폭스뉴스 여론조사의 격차가 7% 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의 열세는 더 심해졌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최소 격차도 7% 포인트의 바이든 우세다. 4년 전 최소 격차가 4%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3% 포인트 정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를 위기로 내몰고 있는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이다.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10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41%는 지지를 나타냈다.

이 추세는 거의 똑같다.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의 10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는 트럼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반대 6대 찬성 4’의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안 틀린다”…민주당 “추격하는 것처럼 긴장하라”

바이든 진영은 올해 여론조사는 틀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비판론’이 확산돼 있는 데다 지지율 격차도 4년 전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바이든 진영이 2016년 대선과 같은 참사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막판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민주당은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를 과신해 표 단속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도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근거로 버나드 프라가 에모리대 교수 등 4명이 연구한 결과를 제시한다. 프라가 교수 등은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40만명이 2016년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들만 투표에 참여했다면 당연히 클린턴이 이겼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440만명이 2016년 대선 투표장을 찾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내가 투표장에 안 가도 이길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과 ‘트럼프나, 클린턴이 다 똑같다’는 클린턴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이었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바이든 진영은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이 지지자들에게 “마치 추격하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클린턴에 비해 바이든의 비호감도가 낮은 것도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요소다. 미국 전체 유권자 중 바이든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35%라고 여론조사·데이터 전문기관 ‘모닝 컨설트’가 밝혔다. 반면, 4년 전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43%였다.

특히 부동층에서 바이든의 비호감도는 31%로 조사됐다. 그러나 2016년 8월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51%였다. 부동층에서 바이든의 비호감도가 클린턴에 비해 20% 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이번에 또 틀린다”…공화당 “‘샤이 트럼프’ 있다”

트럼프는 지난 1년 동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이긴 적이 없다. 그러나 공화당은 올해에도 여론조사가 틀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가 기대를 거는 그룹은 ‘샤이 트럼프’ 층이다. 트럼프 진영이 꼽는 대표적인 ‘샤이 트럼프’ 그룹은 대졸 이상 학력의 백인들이다. 지식을 갖춘 이들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를 숨기면서도 투표장에선 트럼프를 찍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사전문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가 지난 7월 27일∼8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졸 이상 백인의 61%는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38%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고졸 이하 백인들 중 64%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34%가 바이든을 지지하는 현상과 정반대인 것이다. 트럼프 진영은 백인들 사이에서 단지 학력을 둘러싸고 ‘극과 극’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샤이 트럼프’가 거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우선, 트럼프를 몰래 찍었던 ‘샤이 트럼프’ 층의 일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을 비롯해 트럼프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있다.

또 트럼프 지지층이 트럼프 재임 기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샤이 트럼프’들이 더 이상 숨지 않고 전면에 등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샤이 트럼프’ 층의 의견이 올해 여론조사에서는 반영됐는 데도 트럼프가 밀린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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