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가둬라” “그를 가둬라”… 트럼프의 위험한 구호

극우 지지자들 폭력 행위 조장하는 트럼프 발언
“그(바이든)를 감옥에 가둬라”는 발언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머스키건에서 선거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

미국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때 써먹어 재미를 봤던 구호를 다시 꺼내들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시간주 머스키건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여러분은 그레천 휘트머(미시간 주지사)에게 주를 다시 열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외쳤다. 지지자들이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라고 연호하자, 트럼프는 “그들 모두를 감옥에 가둬라(lock them all up)”고 화답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메일 스캔들’에 휘말리자 그를 공격하기 위해 써먹었던 구호다. 당시 힐러리 후보는 2009~2013년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기밀문서를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 정치적 궁지에 빠졌고 트럼프의 네거티브 공세도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미 언론들은 고위직 여성을 비난의 타깃으로 삼길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에 따라 비난 대상이 힐러리에서 휘트머로 이동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인 휘트머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강력한 봉쇄조치와 마스크 의무 정책을 펼쳐 극우주의자들과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지난 4월 극우주의자들이 미시간주에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경제에 타격을 준다”며 시위를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을 해방시켜라”는 트윗을 올리며 시위를 부추겼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휘트머 주지사 납치 및 주정부 기관 테러 음모를 꾸민 혐의로 극우 무장단체 회원들이 무더기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NYT는 미국 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있는 FBI가 현재 극우단체 회원들을 수사 중인 점을 환기시키며 “(트럼프의 발언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휘트머 주지사가 극우단체 범죄 피해자가 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진 상황에서도 정작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극우주의자들을 준동하는 발언을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휘트머 주지사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납치음모가 터진 지 열흘 뒤에 나온 대통령의 행동은 국내 테러를 선동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4년 전 선동 구호는 이날 네바다주 카슨시티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도 반복됐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가족을 ‘범죄 기업’으로 규정하며 “바이든은 언제나 부패한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 및 헌터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생활이 담긴 노트북이 최근 발견된 데 따른 네거티브 공세다. 트럼프 측은 현재 ‘바이든 차남 게이트’를 대선 막판 쟁점으로 키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에 환호하며 “그녀(her)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외쳤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잠시 멈추게 한 뒤 “아니다. 그(him)를 가둬라”라고 정정했다. 휘트머에 이어 바이든을 지목하며 이틀 연속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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