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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J대한통운 부회장 “과로로 인한 불상사 해결하겠다”

박근희 부회장, 처음으로 입장 밝혀
과로사 가능성 늦게 인정했나
노조 “5명 죽은 뒤 사장님 오셨다”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21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로사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과로로 인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측은 올해만 5명의 택배기사 목숨을 잃은 뒤에 단 한차례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회사 차원의 입장은 이날 처음 나왔는데, 박 부회장이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에 대해 회사 측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박 부회장은 “우리 기사님들이 돌아가신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유감을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면담을 나누고 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CJ대한통운 현장 시찰을 진행했다. 환노위원들은 오전 9시부터 약 20분가량 CJ대한통운 측의 현장 설명을 들으며 택배 작업 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60분 정도 간담회가 진행됐다. CJ대한통운이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간담회를 비공개로 해줄 것을 송옥주 환노위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일부 위원들이 “일부 기자라도 남겨 기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면담에는 박 부회장 외에 정태영 택배부문장(부사장),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양이원영 의원의 요청으로 박승환 택배연대노조 서울지부 강남지회 지회장도 참석했다.

박 지회장은 “다섯 명이나 죽은 뒤에야 사장님이 오셨다”면서 “같이 일하는 형들이 밥을 먹다가 코피를 흘릴 정도다. 진짜 사람이 다 죽게 생겼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책임있는 모습이 전혀 아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간담회 직전 현장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곳곳에서 웃음 소리가 들리자 노웅래 의원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여기는 완전 잔치집 분위기”라며 CJ대한통운 관계자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면담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비공개 면담이 진행 중인 컨테이너 박스의 모습.

CJ대한통운은 환노위원들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22일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택배 물량 조절, 노동시간 단축, 건강 검진 등 안전 대책 강화 등의 대책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 별도의 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들이 사고를 다할 경우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책임을 일부 시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노위는 지난달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을 일부 채택했는데 여야 간사 협의 결과 택배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채택이 무산됐다. 특히 여당 소속 양이원영, 임종성 의원 등이 CJ대한통운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요구했는데도 간사인 안호영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에게 택배 노조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후 국감 기간에도 3명의 택배기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여론의 관심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진행된 환노위 국감에서 양이원영 의원이 “국감 기간에만 3명이 죽었다. CJ대한통운 대표 외에도 한진택배, 쿠팡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이자 국민의힘 간사가 “이상직도 부르고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도 부르고 CJ대한통운 대표도 부르자”고 맞서면서 결국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국회 환노위는 국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택배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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