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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에도…‘좀비기업’ 급증, 올핸 일자리 급감

1~2년 사이 한국경제 체력 ‘뚝’…제조업 일자리 16만개↓
지난해 기업 성장·수익·안정성 모두 악화


최근 1~2년 사이 한국경제의 체력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는 투자와 소비, 일자리까지 급감하면서 경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번 돈으로 이자를 갚지도 못하고 있는 ‘좀비 기업’이 급증했고 대기업은 ‘마이너스’ 성장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업 경기는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셈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이자비용 부담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율이 36.6%로 집계됐다. 기업 10곳 가운데 4곳 정도가 ‘한계기업(좀비기업)’이라는 것이다. 전년(35.2%)에 비해 1.4% 포인트가 늘면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국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글로벌 통상 관계에서 마찰이 발생하면서 기업 경영환경이 나빠진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성장성 지표로 쓰이는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0.4%로 전년(4.0%)의 10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4만1408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년도 2.7%에서 지난해 -2.3%로 급락했다. 2015년(-1.3%) 이후 4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 타격을 받은 반도체, 전기전자 제품 등의 수출 업체에 대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4.0%에서 -1.7%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6%에서 4.2%로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대기업(7.2%→4.8%)의 감소폭은 2009년 이래 가장 컸다. 기업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역시 115.7%로 전년(111.1%)보다 더 나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서는 코로나19가 일자리를 대거 빼앗아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가 지난 4월 기준 108만개, 9월 기준 83만개에 달했다. 4월은 코로나19 첫 확산, 9월은 코로나 재확산의 절정기였다. KDI는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취업자 수와 올해 실제 취업자 수 증감 추이를 대조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의 대부분은 지역 서비스업이 차지했다.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등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헬스케어, 미용, 여가, 교육, 여행 등의 업종 타격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생활에 덜 필수적인 서비스 업종에 대한 소비를 더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고용충격은 제조업으로도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관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조업에서 약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지난해부터 체력이 약해진 제조업 역시 빈사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은 “이 충격으로 향후 10년간 서비스업 일자리 약 16만개가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산업 피해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박재찬 기자, 세종=신재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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