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대주주 3억·가족합산 폐지” 기존 입장 되풀이

대주주 요건 유지 주장하는 여야…정치권과 갈등 전망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되 가족 합산을 개인별로 바꾸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반발에도 2017년 이미 정부 입장을 결정한 터라 대주주 요건만큼은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에서까지 대주주 요건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다 최근 야당이 정부안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터라 향후 정치권과 정부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2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 질의에 “대주주 기준 강화는 이미 2년 반 전 시행령을 개정해 3억원 이상으로 하기로 한 만큼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다만 가족 합산은 인별로 전환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 양도세 기준 강화안 중 ‘가족 합산’ 기준만 일부 보완하고 대주주 요건 등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는 홍 부총리가 기존 수정안에서 좀 더 나아간 절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정부 안팎의 예상과는 다르다.

현재 주식 한 종목당 보유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대주주로 규정해 양도차익에 22~33%(지방세 포함)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3억원 이상’으로 대주주 기준을 낮춘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여기에 주식 보유액에 대한 계산의 경우 주주 당사자는 물론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배우자와 부모·조부모·외조부모·자녀·친손자·외손자 등 직계 존비속 등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합산한다는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또 ‘가족 합산’ 규정의 경우 ‘현대판 연좌제’라며 수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지난 5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국민일보 2020년 10월 6일자 단독기사 참조).

이렇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홍 부총리는 지난 7~8일 기재부를 대상으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기준 강화안(10억→3억원)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가족 합산을 개인별로 바꾸는 절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개인별로 전환하면 양도세 부과 기준선이 6억~7억원 정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홍 부총리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여야 정치권과의 갈등이 심화할 전망이다. 여야는 그동안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것을 유예하는데 같은 의견을 내비쳤었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유지하고 가족 합산 조항도 폐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시행령으로 규정돼 있던 주식 양도소득 과세 과정의 소유주식 비율·시가총액 등을 소득세법으로 끌어올렸다. 소유 주식 비율·시가총액을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해 정부 임의대로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개정안에는 소득세법 제94조에 단서 조항을 신설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10억원으로 설정하고 시행일을 내년 4월 1일로 잡았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안을 무력화하는 조항이라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추 의원 등은 “대주주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과도한 양도세 부담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보유 주식 등을 합산하는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납세자로서 과세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신고 의무를 이행하기 곤란하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