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오염수 처리 계획서에 안정성 기준 없다”…日 5개월전 한국 통보 [이슈&탐사]

한 직원이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보호복을 입고 서있다. AP/뉴시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를 위한 이행 계획서에 각 핵종별 배출허용농도, 총 수량, 방사능 환경영향 평가 등 규제 요건의 세부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는 답변을 지난 5월 한국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 등 오염수 처분 방식을 결정하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구체적 처리 계획을 마련하고, NRA가 이를 승인하는데 계획서에는 이 같은 안전성 기준이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원안위는 지난 4월 13일 NRA에 오염수 폐기방법 및 안전관리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일본은 한 달 뒤인 5월 12일 답변을 보냈다.

원안위는 “(도쿄전력이 준비하는) 처리 계획에 방사성 핵종별 농도한계, 방출 총량, 방사능 환경영향평가 등이 포함되느냐”고 물었다. 원안위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비해 배출허용농도 등 규제 적용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국회에 설명했다.

그런데 NRA가 보내 온 답변은 모호했다. NRA는 “(한국 원안위가 언급한) 구체적인 사안은 도쿄전력 이행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행계획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때 (한국 원안위가 언급한 것들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방사성 폐기물 총량규제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일본은 “없다”고 답했다. 원안위는 “폐기물 총량규제가 해당 오염수 처리에 적용되느냐” “총량규제를 적용한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의 한계치를 적용하느냐” 등을 질문했다. 연간 총량규제는 1년 동안 바다에 배출할 수 있는 방사성 폐기물 총량을 정해놓는 것을 뜻한다.

이에 일본 측은 “총량은 NRA가 결정하는 기준치가 아닌 운용중인 각 원전에 의해 설정된다”고 답했다. 오염수 방류에 총량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일본 입장에서 발목 잡힐 수 있을 만한 요건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검토해 문제가 없다면 승인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또 “총량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삼중수소가 기준치보다 높은 경우 물을 더 넣어 희석해 농도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질의 내용 자체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일본이 갖고 있는 정보를 얻으려면 최대한 구체적으로 각론에 집중해 질문했어야 한다. 지금 같은 원론적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변만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내용인 것에 비해 정부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원안위는 해당 답변을 받은 뒤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의 추가 질의를 하지 않았다. 김영식 의원도 “원안위는 정작 필요한 정보는 못 받고 아마추어적인 행정처리로 국민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안위 관계자는 “오염수 폐기 관련 법령과 절차와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 차 주고 받은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와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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