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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2차례에 걸친 수사지휘가 위법 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시는 할 수 있어도 지휘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검찰청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중죄인이나 중형이 선고될 이들의 주장에 기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라고 글을 올렸다.

윤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고,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라고 하는 것이 정치인 지휘에 떨어지게 되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먼 일이 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에 이어 이달 19일 추 장관이 라임 로비 의혹 사건 등에서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데 따른 평가를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은 장관이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 검찰총장을 통해 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지휘를 배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법률가들이 검찰청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님과 쟁탈전을 벌이고 경쟁하고 싶지 않아서 쟁송 절차로 나아가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근거·목적 등에서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못박았다.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중범죄를 받고 수감 중인 사람’,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의 주장을 토대로 행사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채널A 강요 미수 사건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건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의 일방적 주장이 ‘검찰 흔들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경우 1조원대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 받았고, 라임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 전 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은 라임 사기 사건에서 검사·야권 비리에 대한 소극적 지시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추 장관이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했는데, 따로 할 말이 없느냐”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16일 김 전 회장이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 검사 접대 얘기가 나오자마자 10분 안에 남부지검장에게 철저히 조사해 접대 받은 사람을 다 색출하라고 했다”며 “제식구 감싸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철저히 하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윤 총장이 야당과 검찰 비위 사실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서는 “무슨 근거로 검찰총장이 부실 수사에 관련돼 있다고 발표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18일 법무부 발표에 대해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윤 총장은 논란이 됐던 ‘중상모략’이라는 표현에 대해 “중상모략이란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이라고 했다.

한편 라임 사건을 수사해 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리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윤 총장의 라임 수사 지휘 미흡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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