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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公기관 “저공해차 의무구매 달성은 ‘그림의 떡’”


올해부터 차량 6대 이상을 보유한 전국의 행정·공공기관은 새로 구매하거나 임차하는 차량을 100% 저공해차로 선택해야 과태료를 내지 않는다. 하지만 저공해차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의 기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치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25일 “저공해차를 구매·임차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기관 본부나 도심 지역에 있는 사업단에서는 문제될 게 없지만, 업무 특수성으로 오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저공해차를 타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저공해차 구매율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태료 등 패널티를 받지만 오지에 있는 기관까지 고려하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차량 6대 이상을 보유한 전국 행정·공공기관에 새로 구매·임차하는 차량을 100% 저공해차로 선택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의무구매비율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100% 늘었고, 대상 지역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저공해차 80% 이상을 1종(전기·수소차)으로 구매·임차해야 하고 내후년엔 100%로 전환된다. 의무구매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는 기관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최근 환경부는 2019년도 저공해차 의무구매비율(70%)을 채우지 못한 수도권 내 46개 행정·공공기관에 과태료를 매겼다. 국가기관은 과태료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저공해차 사용이 적합하지 않은 지방 행정·공공기관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의무구매율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국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30여곳이 있는데 강원도 등 7개 시·도에는 충전소가 1곳에 불과하다. 제주도에는 수소차 충전소가 없다. 전기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북 증평군과 강원 영월군에는 전기차 급속충전소가 3곳만 설치됐고, 전남 강진군·전남 진도군·경북 울릉군에는 충전소 2곳이 전부다. 경북 영양군에는 군청 정문 앞에 있는 충전소가 유일하다. 지역 주민조차 마음 놓고 충전소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 지방 행정기관 관계자는 “저공해차 구매를 늘리는 정책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면서도 “관련 법이 2018년 6월에 시행했는데 당장 올해부터 구매율 100%를 채우라는 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지방 사업단 관계자는 “과태료 부과보다 기관 경영평가에서 감점을 받는 것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전국 행정·공공기관에 저공해차 구매·임차 의무를 부과하면서 기존 경유·휘발유차 등 처분에 관한 구체적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환경부는 “아직 별도 규정은 없다”면서도 “노후경유차는 관련 사업으로 폐차를 유도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관에서 충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해당 지역에 먼저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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