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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트럼프… “이슈마다 첨예하게 붙었지만 악의적 언쟁 없었다”

점잖아진 트럼프, 왜 달라졌나
악의적 언쟁 사라지며 실질적 토론 이뤄져

미국 내슈빌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 TV 토론.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대선 TV토론은 난장판으로 끝났던 1차 토론 때와 달리 비교적 점잖은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두 후보가 악의적 언쟁 대신 토론 그 자체에 집중하면서 마침내 제대로 된 비전 경쟁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 체육관에서 90분 동안 진행된 대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코로나19 대응, 미국의 가족, 인종, 기후변화, 국가안보, 리더십 등 총 6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2분씩 의견을 개진했다. 새로 도입된 ‘마이크 차단 룰’에 따라 끼어들기나 말 자르기는 원칙적으로 차단됐다.

지난달 29일 열린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바이든 후보의 말을 끊으며 ‘역대 최악의 토론’이었다는 비판이 나오자 미 대선토론위원회(CPD)는 한 후보의 2분 정견 발언 시간 동안 상대 후보 마이크를 꺼지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새로운 룰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질적 토론이 가능해졌다는 게 미 언론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변화가 도드라졌다. 1차 토론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트럼프는 이날 토론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의 발언을 들으며 메모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나 사회자를 향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절제된 태도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태도 변화에는 참모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에게 마지막 TV토론에서 바이든 후보의 말을 자르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라고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대선 전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인상을 쇄신할 마지막 기회라며 “화내는 것을 줄이고 스스로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라”고 조언했다는 것이다.

악의적 언쟁이 사라지며 토론이 막히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서로를 향한 카운터펀치(반격)은 더 많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수십년 동안 실패한 ‘스캔들 투성이’ 기득권 정치인으로 규정지었고,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민자들을 탄압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도 실패한 생명을 경시하는 선동가로 묘사했다.

두 후보는 특히 당선될 경우 취임식에서 자신에게 투표하지 않은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이냐는 마지막 질문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 답변 대신 “우리는 성공으로 가는 길에 있다”며 경제 성과를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성공이 나라를 통합시킬 것”이라며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겪어본 적 없는 침체를 맞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는 “‘나는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나를 뽑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해 모두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과 싸우겠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WP는 “마지막 질문이 양측의 극명한 차이를 이끌어냈다”며 “확연히 다른 비전을 보였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토론은 1차 토론 때보다 훨씬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졌다”면서도 “여전히 불길은 가득 타올랐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3%는 바이든이 마지막 토론의 승자라고 답했다. 트럼프가 승자라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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