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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평도, 인생 훈수도 없는…” 청각장애인 택시 타보니

‘고요한 택시’ 시승기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도, 불편한 정치 얘기도 없다. 사적인 질문도 하지 않는다. 오고가는 건 눈빛이면 충분하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택시인 ‘고요한 택시’ 이야기다.

‘고요한 택시’는 사회적기업인 코액터스가 운영하는 택시다. 여느 택시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운전기사가 모두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승객과 기사 간 소통은 모두 태블릿 PC를 통해 이뤄진다. 승객이 앞에 놓인 태블릿에 목적지를 말하면 글자로 변환돼 기사의 태블릿에 뜨는 형식이다. 별도의 대화는 오고 가지 않는다. 청각장애인 기사는 장애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승객은 불편한 대화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이 특별한 택시는 2년 전부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코액터스는 지난 8월엔 ‘고요한M’이라는 이름으로 운송사업자 승인을 받아 기사를 모두 직접 고용했고, 사납금을 없애 전액 월급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기사들이 받는 급여는 청각장애인 평균 급여의 두 배 수준이다. 현재는 16명의 청각장애인 기사가 10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나 곧 100대 정도로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5일 직접 이 착한 택시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교대역 차고지까지 이동해봤다.

최민석 기자

청각장애 운전자 위험하다는 건 편견 … 운행 부드럽고 안전해

이용 방법은 간단했다. ‘고요한M’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이 배차된다. 날짜와 시간을 정해 예약을 할 수도 있다. 기존의 택시 애플리케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애플리케이션 '고요한M' 캡처

시승 당일, 예약한 시간에 회사 정문 앞으로 나가 보니 택시가 없었다. 출발지가 도로가 아닌 건물로 되어 있다 보니 택시가 정문에 있는지 후문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승객과 콜택시가 엇갈리는 일은 흔한 일이다. 고민하던 중 기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후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택시에 탑승했다. 가장 먼저 반기는 건 태블릿 PC이었다. 음성을 입력해 기사님께 목적지를 알리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앱으로 예약한 터라 목적지는 따로 입력하지 않았다. 대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음성이 글자로 변환되어 기사님 앞에 놓인 태블릿에 입력됐다. 기사님은 고개를 돌려 한번 웃어 보이고는 손글씨로 ‘네^^’라고 적었다.


이홍근 객원기자

택시는 고요했다. 소음에 지친 귀가 편안한 적막에 익숙해질 때쯤 태블릿 옆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이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응원 편지였다. “아빠 힘내시고 일 잘되세요. 응원할게요. 건강하세요. 손님 많이 오게 기도할게요. 항상 고맙습니다. 지혜가”

이홍근 객원기자

택시 기사 경력은 이제 4개월 반 정도라는데 기사님의 핸들링에는 차분함이 묻어나왔다. 위험한 순간이나 급정거는 없었다. 오히려 차량 안이 조용하다 보니 운행이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준비되어있는 휴대전화 충전기에 휴대전화를 꽂고선 태블릿으로 눈을 돌렸다. 간단한 수화를 알려주는 유튜브 동영상이 나왔다. 왼팔을 오른손으로 쓸어내린 뒤 두 주먹을 쥐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왼손 손바닥을 오른쪽 손날로 두 번 치며 고개를 숙이면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수화를 되뇌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부근에 도착했다. 태블릿의 ‘여기서 내릴게요’ 버튼을 눌렀다. 카드 번호를 앱에 등록해놓아 결제는 자동으로 되었다. 금액은 1만2300원. 네이버 택시 요금기 계산기에 경로를 입력해보니 1만2500원이 나왔다. 일반 택시 요금보다도 200원 더 저렴했다.

차문을 열기 전 기사님께 왼손 손바닥을 오른쪽 손날로 두 번 두드리며 감사 인사를 했다. 미소와 함께 같은 인사가 돌아왔다.

"도로 위 파란 하늘 보며 자유 느껴요"
최민석 기자

운행을 마친 정인식 드라이버와의 대화를 나눴다. 택시기사로 일한 지는 4개월 반 정도. 운전 경력은 25년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수화 동시통역을 통해 진행했다.

-택시 기사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귀금속을 조각하는 일을 25년 정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서 경기가 좋지 않아졌고, 다니던 회사도 어려워져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아주 힘들었어요. 귀금속 조각만 평생 해왔고, 나이도 많이 들어 취직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한국 농아인협회를 통해 ‘고요한 택시’를 알게 됐고, 택시 시험을 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택시 일을 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귀금속 회사에 있을 때는 온종일 회사 안에만 있어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어요.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도 못 보고요. 택시 일을 하면서 맑은 하늘도 보고 차가 지나다니는 모습도 보는데요, 그럴 때마다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합니다. 사실 전 회사에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오해와 비난이 섞인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저 혼자여서 동료 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 데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고요한 모빌리티는 저 같은 청각장애인이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로 의사소통도 잘 되고 의지도 되어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우려가 있다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면허를 딴 지 25년이 넘었는걸요. 청각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똑같이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보청기를 착용하면 말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클랙슨과 같은 큰 소리는 들을 수 있어서 운전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루 평균 몇 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는지

“보통 저는 열 명에서 열 두명 정도 승객분들을 받습니다. 운이 좋지 않으면 대여섯 명 태우기도 합니다. 오전 5시 30분부터 약 12시간 정도 운행하는데요, 휴식시간을 세 시간 반 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힘든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차가 막힐 때 힘듭니다. 교통상황이 좋지 않으면 승객분들이 기다리시다 콜을 취소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콜 취소가 많은 날엔 조금 속상합니다.”

-직업을 찾는 청각장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장애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할 뿐이지 할 수 없는 건 아니니까요. 또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실패한 게 아닙니다. 순간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이홍근 객원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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