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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코치로 새 출발하는 ‘비욘드’ 김규석


‘비욘드’ 김규석이 22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2015년 말 MVP에 입단해 2020년 가을 팀 다이나믹스에서 커리어 마침표를 찍었다. 국내 2부 리그인 ‘LoL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와 1부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무대를 두루 경험했다. 가장 빛났던 시기는 2017년. LCK 포스트 시즌과 대만 가오슝에서 열렸던 국제 대회 ‘리프트 라이벌스’ 무대를 밟았다.

꾸준히 쌓여온 스트레스가 은퇴를 결심한 이유였다. 자신의 기량이 스스로 설정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서머 시즌 종료 뒤 은퇴를 결심했다. e스포츠판을 떠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다시 한번 마우스를 잡고 헤드셋을 쓰기로 했다. 그는 다이나믹스의 아카데미팀 코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23일 다이나믹스의 1군 연습실이 아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은퇴를 발표한 현재 심경,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었다.

-현역에서 물러났다. 지금 기분은 어떤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어제지만, 은퇴 의사를 팀에 전달한 지는 꽤 됐다. 무덤덤하다.”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왔다. 기량 저하 때문에 압박감을 느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의 기량이었고, 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 우승, 롤드컵 진출이 목표였는데 이룬 게 하나도 없지 않나. 현실적으로 이걸 더 잡고 있는 게 맞을까 싶더라.”

-은퇴를 결심한 건 언제쯤이었나.
“이번 서머 시즌이 끝난 뒤부터였다. 올해 전반부엔 팀 성적이 잘 나왔다. 후반부로 가면서 팀이 흔들렸고, 성적도 떨어졌다. 제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정신적으로 버틸 수가 없는 상태가 됐다. 그래서 시즌이 끝난 뒤 은퇴를 결심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받은 중압감이 컸나.
“사람이 망가져 가는 느낌이었다. 이와 관련한 치료도 3년 이상 받고 있는데 정신적 압박감이 줄어들지 않았다. 항상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계속 쫓기듯이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등 좋지 않은 신호들이 한꺼번에 왔다.”

-은퇴를 선언한 지금은 압박감을 덜 느끼나.
“그만두면 편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은퇴하니 또 쉽게 편해지진 않는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아름다웠다. 제가 열정적으로 게임에 몰두했던 시간이 있었다. 앞으로 살면서 그렇게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는 날이 있을까 싶다.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적부터 꿈이었던 직업이다. 그걸로 만족하고 싶다. 만족을 못 해서 계속 채찍질만 해왔다. 이제는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은 언제인가.
“LCK 승격 후 처음 치른 시즌(2016년 서머 시즌)과 포스트 시즌에 나갔던 2017년 스프링 시즌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가장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게임을 했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아카데미팀 코치로 e스포츠와 연을 이어나가게 됐다.
“처음 은퇴를 결정했을 땐 e스포츠판을 떠날 생각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차민규 단장님이나 친구들과 앞으로의 진로에 관해 얘기를 나눠본 뒤 생각을 바꿨다. 제가 잘하는 걸 살리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마침 팀에서도 자리를 마련해줘 아카데미 코치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아카데미팀 코치 역할, 잘할 자신 있나.
“아직은 저도 적응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키운다기보다는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선수들의 사회화 및 단체생활 적응력 향상 등에 주안점을 두려 한다. 지도하는 선수들로부터 인정받는 코치가 되고 싶다.”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팬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은퇴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대로 쭉 가면 실망만 안겨드릴 것 같았다. 팬 여러분의 응원이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다. 이제 코치로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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