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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의료손배 산정, 낡은 美기준 대신 국내기준 적용”


법원이 의료과실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기존의 미국식 기준 대신 대한의학회가 정한 평가기준에 따른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이종광)는 A씨가 B병원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다만 손해배상액은 1심보다 1000만원 정도 줄어든 약 7000만원으로 산정했다.

허리통증을 앓던 A씨는 2013년 11월 B병원에 내원해 신경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증상이 악화되면서 2015년 6월 다시 입원했다. A씨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후유증이 남아 보조기를 착용하게 됐다. 이에 A씨는 B병원 측에 후유장애에 대한 손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병원 측이 후유장애가 발생한 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쟁점이 된 것은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 노동능력 상실률의 산정기준이었다. 노동능력 상실률은 후유장애 탓에 상실한 노동 능력의 정도를 비율로 산출한 것이다.

1심은 미국의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해 노동능력 상실률을 24%로 판단했다. 맥브라이드 평가표는 1936년 초판 발행 이후 1963년 개정판을 끝으로 절판된 평가 기준으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맥브라드 평가표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을 적용해 노동능력 상실률을 18%로 재산정하고 기존에 있던 증세의 영향을 50%로 평가해 최종 9%의 노동능력 상실률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내를 제외하면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며 “과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는 ‘대한의학회 장애평가기준’이 마련된 지금 낡은 맥브라이드 평가표를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 아무런 필요도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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