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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뽑히는 300마리, 공혈견을 살리려면 [개st상식]

2015년 드러난 공혈견의 비참한 모습
처우 개선했으나…고통 덜려면 헌혈해야
한 번의 헌혈로 4마리 살려…무료 건강검진 혜택도 제공

왼쪽은 지난 2015년 jtbc 뉴스 및 동물단체 케어가 보도한 공혈견 사육장 모습. 뜬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모습이 개농장을 연상케 한다. 오른쪽은 헌혈 중인 리트리버의 모습. 출처: 동물단체 케어, 한국헌혈견협회

지난 2015년 동물병원에 혈액을 공급하는 공혈견들의 열악한 사육 실태가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현장을 급습한 카메라에는 인근 군부대에서 수거한 음식물쓰레기를 먹으며 평생 피를 뽑히는 사육견 200여 마리의 처참한 몰골이 담겼습니다.

2015년 당시 동물단체와 jtbc가 급습한 공혈견 사육장 모습. 개농장을 연상케하는 뜬장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있는 200여 마리 공혈견들의 실태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를 계기로 공혈견의 처우 개선 및 대안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출처: 동물권단체 케어

학대 받는 공혈견의 처지가 알려지자 이들을 사육하는 H회사에 비난이 쏟아집니다. 업체 측은 동물단체, 수의사협회 등의 자문을 받아 ‘혈액나눔동물 보호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뜬장을 철거하는 등 처우 개선을 약속합니다.

국민일보는 공혈견들의 현재 모습과 공혈견 은퇴 이후 가정분양 모습에 대해 문의했으나, H회사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H업체는 뜬장 대신 지어진 견사 사진을 공개했다.

H회사는 지난 2016년부터 공혈견 사육 환경을 개선했다. 파이낸셜뉴스 갈무리

하지만 국내 500만 반려견의 혈액 가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공혈견의 고통도 계속될 겁니다. 대수술을 집도하는 대학 동물병원에서도 혈액이 부족해 암암리에 두 세마리의 공혈견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에 따라 반려견의 헌혈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데요. 아직은 생소한 반려견 헌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려견 헌혈, 안전하고 꼼꼼하게

개들도 사람처럼 혈액형이 있습니다. 국제기준인 DEA구분법에 따르면 DEA1형~8형까지 8종이 있지만, 의료현장에서는 범용성이 넓은 DEA1.1+형과 희소한 DEA1.1-형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반려견 수혈 전에는 헌혈 견과 수혈받을 개의 혈액을 서로 반응시키는 적합성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 적혈구 파괴, 면역반응 등 부작용을 예방합니다.


개들의 혈액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프랑스 알베디아(Alvedia) 키트를 이용하면 DEA 1.1+ 와 -형 두 가지가 검증된다. 전체 개 중 +형은 70%, 나머지는 3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thedrug.com

특이하게도 개는 생애 첫 수혈은 다른 혈액형을 받아도 됩니다. 이때엔 타 혈액형에 대한 거부반응이 없거든요. 그래서 가장 구하기 쉬운 DEA1.1+형을 주로 수혈합니다.

헌혈할 수 있는 개의 자격은 까다롭습니다.

세계적인 수의학 전문사이트인 배트폴리오(Vetfolio)는 나이 2~8세이며 체중 55파운드(25kg) 이상의 대형견에 한해 1년에 4회 이내로 헌혈을 권장합니다. 건강 이상이 없는 견공만 헌혈이 가능하며 헌혈견에게는 심장사상충, 기생충 등 종합검사가 무료 제공됩니다.

1회 헌혈량은 몸무게 1kg당 최대 16㎖입니다. 한 번에 체중의 1.6%를 헌혈하는 셈인데, 25kg 리트리버 기준으로 대형 헌혈팩(400㎖)을 가득 채웁니다.

"고마운 얼굴들" 헌혈에 동참한 국내 견공들의 모습. 이외에 다양한 견공들이 3년간 250여 회 헌혈에 참여했다. 출처: 한국헌혈견협회

보다 못한 시민들이 나섰다, 한국헌혈견협회 출범

국내 개 헌혈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2018년 10월 한국헌혈견협회(헌혈견협회) 출범 이후입니다. 강부성 헌혈견협회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덩치 큰 개들이 개농장 같은 곳에 갇혀 피를 공급한다는 사실이 너무 딱했다”며 창설 이유를 밝혔습니다. 20여 명의 대형견 보호자가 모여 서울대 동물병원에 헌혈한 것이 협회 창설의 씨앗이 됐다고 하네요.

한국헌혈견협회와 부산 의료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어 정기적인 헌혈 및 긴급 헌혈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모습.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협회의 노력으로 헌혈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합니다.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의 지역 거점 동물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매월 정기적인 헌혈을 진행 중입니다. 3년간 누적 헌혈 건수는 250회에 이르죠.

반려견 헌혈은 품이 많이 듭니다. 병원 인력 2~3명이 2시간을 매달려야 헌혈 및 건강검진을 마칠 수 있죠. 그렇지만 부족한 혈액을 확보하고 공혈견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어 대형 동물병원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헌혈에 참여한 개에겐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협회 회원 간에 긴급 수혈받을 권리 ▲30만~6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 무료 실시 ▲헌혈견의 상징인 노란색 스카프 제공 등입니다.

"대형견의 헌혈 한 번에 중소형견 4마리의 목숨을 살릴 수 있어요" 헌혈 중인 리트리버 로빈(왼쪽)과 헌혈의 증표인 노란색 스카프를 두른 로지의 모습(오른쪽). 한국헌혈견협회 제공


“3600마리가 헌혈하면 공혈견 없어도 돼요”

전국의 공혈견은 300여 마리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매달 피를 뽑히므로 1년간 채혈 횟수는 총 3600회에 달합니다.

강 대표는 “3600마리가 연 1회만 헌혈하면 공혈견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견 가정의 헌혈을 요청합니다. 실제로 영국, 독일 등 헌혈문화가 정착한 유럽 국가에서는 공혈견 농장이 사라졌습니다.

한국헌혈견협회는 현대자동차로부터 의료장비를 장착한 이동식 헌혈카를 기부받아 전국을 순회하며 반려견 헌혈 및 예비헌혈견 건강검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0년 하반기는 코로나19관계로 운행 일시중단) 출처: 현대자동차

마지막으로 대형견 헌혈이 가능한 전국 연계병원을 소개합니다. 반려견에게는 건강검진과 명예를, 공혈견에게는 자유를 주는 헌혈에 많은 참여 바랍니다.

한국헌혈견협회 가입문의
- 031-535-5572
- www.한국헌혈견협회.kr

한국헌혈견협회 전국 연계병원 (경기3, 서울2, 충청1, 전라1, 경상2, 제주1)

- 서울 노원24시N동물의료센터
- 서울강남 에이드동물병원
- 경기 일산동물의료원
- 경기양주 로뎀나무동물의료센터
- 경기화성 이음동물의료센터
-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
- 대구 탑스동물메디컬센터
- 충북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11월 협약 예정)
- 충남대학교부속동물병원
- 전남 광주동물메디컬센터
- 제주대학교부속동물병원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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