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쉽게 전역하는 법은 진짜?’ 수상한 복무부적합판정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했던 병역판정검사가 재개된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 의무자가 신체검사를 하고 있다. 병무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전국 병역판정검사를 잠정 중단했었다. 윤성호 기자


군복무 중 입은 부상을 심사하는 ‘현역복무부적합판정심사’(현부심) 통과 사례 중 정신질환이 다른 사유에 비해 3배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에 통과하는 비율도 매우 높아 ‘가짜’ 환자는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신체적 부상을 입어 신속한 심사가 필요한 병사들은 제때 심사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도상 허점도 드러났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25일 국방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현역복무부적합으로 전역한 병사는 2만7000여명이다. 이 중 정신질환을 이유로 전역한 경우가 2만1000여명(78%)에 달했다. 신체를 다치는 등의 이유로 전역한 경우는 6000여명에 불과했다. 현부심을 통과하면 전역하게 되고, 남은 군생활은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근무하게 된다.

현부심에서 전역 판정을 받는 장병은 매년 늘고 있다. 2016년 5100여명 수준이었던 현부심 통과자는 지난해 6200여명으로 1100명 이상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4700여명이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5년 동안 육군이 2만5000여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병대 700여명, 공군 670여명, 해군 480여명 순이었다.

문제는 현부심 신청건수 대비 전역 비율이 ‘넣으면 통과되는’ 수준으로 높다는 데 있다. 같은 기간 현부심 신청 대비 전역 비율은 97.5%에 달했다. 2018년에는 통과율이 98.4%까지 오르기도 했다. 병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현부심을 신청해 전역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게시물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일부 글에서는 “신체 능력이 1급이어도 밤에 자다가 갑자기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정신질환 판정을 받았다”거나 “현부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도 총기함 주변에서 ‘중대장님이 잘못 되면 책임질 거냐’는 말을 하면 다시 현부심을 준비해주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나돈다.

병사들을 통솔하는 장교들의 고민도 깊다. 익명을 요구한 위관급 장교는 “병사에게 정신질환 등이 있으면 총기사고를 우려해 지휘관에게 현부심 신청을 건의하지만 신체를 다친 경우에는 병사도 부족하고 사단급, 군단급 군 병원 외진 대기 시간도 길다 보니 상황이 장기화된다”고 토로했다.

강대식 의원은 “현부심 건수가 늘어나고 대부분 전역 판정을 받는 것은 일선 부대에서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어 장병들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를 걸러내고, 다친 병사들은 빨리 진료와 심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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