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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로 걷고 그 위에 눕고…과천관 야외 새 명소 ‘과.천.표.면’

‘MMCA 과천 프로젝트’ 당선작가 이승택 건축가 인터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새 명소가 생겼다. 미술관이 야외 공간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 실시한 ‘MMCA 과천 프로젝트 2020’ 당선작인 ‘과.천.표.면’이 그것이다. 최근 이곳을 찾아 당선작을 체험해봤다. 탄성 있는 재질의 흰색 원판에 얇은 대를 꽂아선지 작품을 밀치고 들어서면 살아 있는 잎처럼 이리저리 움직여 마치 연꽃밭 수면 밑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과.천.표.면'을 임미정 건축가와 함께 공동 제작한 이승택 건축가.

당선작 주인공은 40대 초반의 부부 건축가 이승택·임미정씨로 구성된 건축가 그룹 에스티피엠제이(stpmj)이다. 이들은 1m 지름의 원판에 아주 얇은 기둥을 박은 뒤 경사진 잔디밭에 부채꼴 모양으로 무수히 심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씨는 “총 700개 원판이 군집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수평의 표면은 관객들이 숲이나 물을 헤치고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며 “위에서 내려다보면 수면이 잔물결 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 안으로 들어가면 숲에 들어선 기분이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사진 잔디밭에 설치되다 보니 지지대의 길이가 짧은 것은 60㎝ 정도지만 긴 것은 어른 키보다 훨씬 큰 3m나 되기 때문이다.

언덕에 설치한 선베드(누워서 태양을 쬐는 긴 의자)에 누워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묘미다. 잔물결 지는 수면 같은 작품 너머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청계산과 매봉산, 관악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관 야외 공간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과천프로젝트 2020' 당선작인 '과.천.표.면'.

“나일론 메시 소재 원판이 갖는 반사하는 성질 덕분에 아침, 점심, 저녁 표면의 빛깔이 다 다릅니다. 또 계절별로 느낌이 달라요. 가을 풍광도 아름답지만 눈 덮인 겨울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줄 겁니다.”

지지대에는 방울 소리를 내는 장치가 달려 바람에 흔들릴 때면 고운 소리가 났다. 그는 “‘과.천.표.면’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작품을 넘어서 시각적이고 촉각적이며 청각적인 상호 반응 체계를 통해 주변의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감각적 매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과.천. 표.면'은 선베드를 설치해 작품과 주변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과천관은 근경에 잘 정돈된 조경이, 원경에 청계산과 매봉산이 펼쳐진 매력적인 장소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야외 조각공원엔 많은 조각 작품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Singing Man)’이 이따금 울부짖는 소리로 관심을 끄는 것 외는 대체로 궁금증을 유발하지 못하고 있다.

과천표면은 이처럼 죽어 있는 야외 조각공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인증사진을 찍는 포토존을 넘어 작품 사이를 걷고 작품 위에 누워 계절을 느끼는 등 오랜 시간 머물며 과천관의 매력을 발견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야외라는 공간을 재해석하고, 미술관을 찾는 관객에게 ‘숨, 쉼, 즐거움’을 제안하는 작품이다.

이씨는 당선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건축과 미술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번 작업은 건축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 질문하며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아내인 임씨는 연세대에서 주거환경학과를 졸업한 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건축학 학사,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stpmj는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2012년 뉴욕 건축가 연맹에서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 2016년 문체부가 주는 젊은 건축 가상, 김수근 프리뷰상, 2020년 미국건축사협회 뉴욕 디자인어워드 건축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다. 전시는 내년 5월 30일까지. 과천=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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