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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수 무기징역’ 임의탈퇴, 5년간 113건…남용 지적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지적


국내 프로축구 리그인 ‘K리그’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리그 규정이 있다. ‘소속된 클럽에서의 계약 조건(연봉 등)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경우 선수는 거부할 수 없다’는 ‘선수 계약 양도’ 조항이다. 선수가 이적을 거부하면 임의탈퇴 공시까지 가능하다. 연봉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원하지 않는 구단으로 이적을 통보받아도 선수로서는 마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소속 구단의 허락 없이는 다른 프로팀에 갈 수 없도록 묶어놓는 임의탈퇴 제도가 구단의 입장을 선수에게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른 구단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 소속 구단에서도 뛸 수 없다면 사실상 선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선수 경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단 운영 예산의 절반 이상을 선수단 인건비에 투자하는 구단에게 선수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는 본 취지와는 달리 부작용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프로스포츠 선수의 임의탈퇴가 총 113건 발생했다고 26일 밝혔다.

야구(KBO) 축구(K리그) 남자농구(KBL) 여자농구(WKBL) 배구(KOVO) 등 5개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은퇴 70건, 이적 20건, 해외 진출 4건, 법적 문제 8건, 부상 4건, 훈련거부 및 팀 이탈 4건, 개인 사유 3건 등으로 임의탈퇴가 일어났다. 1년에 22건 넘는 임의탈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배구가 53건으로 가장 빈번했고 야구(30건) 여자농구(22건) 남자농구(4건) 축구(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임의탈퇴 제도가 선수 의견 수렴이나 제삼자를 통한 구체적 검증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각 리그별 세부 임의탈퇴 규정을 마련해 남용될 여지를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한 프로스포츠 관계자는 “임의탈퇴 공시 철회는 구단에서만 가능하기에 선수들은 임의탈퇴를 ‘무기징역’이라고 부른다”며 “선수로서는 임의탈퇴가 두려워 원치 않는 이적 등 구단의 불합리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김예지 의원실 제공

김 의원은 “임의탈퇴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며 “임의탈퇴 시 기준으로 삼을 세부 규정과 구단이 임의탈퇴를 요청할 때 선수와 의견을 수렴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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