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작동 가능성 높은 노후 스프링클러 부품 2년째 방치

핵심부품 ‘임펠러’ 제도 개선책 2년째 답보
소방청·국무조정실 ‘더딘 행정’이 원인으로 꼽혀


화재에 취약한 노후 스프링클러 장비 제도 개선책 마련이 2년 가까이 답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를 작동하는 주요 부품인 ‘임펠러’가 녹슬지 않도록 규격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간단해 보이는 일인데도 제도 정비가 지나치게 더디다. 주무부처인 소방청은 개선책을 만드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고 그마저도 국무조정실 규제 심의 문턱에 2개월째 걸려 있다. 교체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정부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서조차 ‘하세월 행정’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18년 12월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하 국표원)은 국내에 임펠러 규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 개선을 요구했다. 임펠러는 건물에 설치된 소방펌프 내에 있는 프로펠러처럼 생긴 부품을 말한다. 스프링클러로 물을 밀어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별도 규격이 없다보니 주로 값싼 ‘주철’이 재료로 사용된다. 주철은 물속에 장시간 담겨 있으면 부식될 위험이 높다. 녹슨 임펠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사상자 49명이 발생한 경기 김포시 요양병원 화재도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피해가 커졌었다.

국민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지만 규제 개선 과정은 더뎠다. 소방청은 국표원 발표에 따라 소방펌프 화재안전기준을 개선하겠다고 화답한 후 지난 8월에야 행정예고를 했다. 임펠러를 포함한 10가지 안전 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9월로 잡았던 목표 시한을 1년 가까이 넘겨서야 결론을 내놨다.(국민일보 2019년 12월16일자 10면 보도)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 제도를 변경하려면 국무조정실의 규제 심의를 거쳐 고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방청이 행정예고 이후인 지난달 국무조정실에 규제심사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심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임펠러 규격이 마련되면 교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게 심사 지연의 이유다. 소방청 관계자는 26일 “국민 안전과 관련한 편익이 큰데도 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국조실) 지적이 있어서 논의가 오래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의가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조실의 규제 심사는 마감일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얼마나 있어야 심의가 완료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논의해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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