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또 나눠지나…“CJ·신세계 분리 때와는 다르지만…”

‘이재용 체재’서 계열 분리 가능성은 낮아
재계 “변수는 남아있다”

고 이건희(가운데) 삼성그룹 회장이 2010년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맨 왼쪽)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맨 오른쪽)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지만 삼성은 당분간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3남매가 한 지붕살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타계 후 삼성이 한솔, CJ, 신세계 등으로 분리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지분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계열 분리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이부진 ‘호텔·면세’, 이서현 ‘패션·광고’ 맡아와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주력 계열사를 이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두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일부 계열사를 분리 경영할 가능성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딸에게 각별했던 이건희 회장이 이들에게 일부 계열사를 물려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등 지배구조 유지에 필요한 계열사를 몰아주되 이부진 사장에게는 호텔 부문을, 이서현 이사장에겐 패션 부문을 맡겼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부진 사장은 그간 호텔신라 경영에 주력해왔다. 2001년 호텔신라에 입사한 이후 경영전략담당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호텔·면세점 사업을 이끌어왔다.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옛 제일모직)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지내면서 패션과 광고 사업을 이끌었다. 2018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엔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이병철의 삼성’ 경영권 승계 갈등으로 분리

이들의 독립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는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 삼성이 분리됐던 경험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자녀 간 갈등이 빚어졌고, 2012년까지도 유산분쟁 소송이 이어졌다. 결국 이 회장은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계열사를 맡겼고, 장남인 고 이맹희 명예회장에게 CJ그룹을, 5녀인 이명희 회장에겐 신세계그룹을 넘겨줬다. 또 장녀인 이인희 고문에게는 한솔그룹을 맡겼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같은 사태가 이번엔 재현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남매의 지분 구조상 계열 분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호텔신라의 주요 주주는 지난 6월 기준 삼성생명(7.43%), 삼성전자(5.11%), 삼성증권(3.1%) 등 삼성 계열사들이다. 이부진 사장의 개인 지분은 없다.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SDS와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과 맞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서현 이사장 역시 경영 전면에 재등장하기보다는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뒤를 이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이사장은 3년째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재계 “삼성 울타리서 경영 안정화 주력할 듯”

계열 분리가 거론되는 기업들의 업황도 좋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특히 호텔·면세, 패션 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무리한 독립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올 1·2분기 모두 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 역시 상반기 기준 302억원 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한 삼성 계열사 임원은 “앞서 독립해 나간 기업들이 위기 상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봐왔다”며 “경영 환경이 좋지 않고, 분리가 특별히 득이 될 게 없는 상황에서 삼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보다는 경영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당분간 이 부회장을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전자·비전자·금융 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를 구축했다.


지분 상속 향방, 사업 의욕 등 변수는 여전

그럼에도 거대 그룹인 삼성이 분리되는 데 여전히 변수가 남아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누구에게 얼마나 상속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상당 보유하고 있다. 한 삼성 계열사 임원은 “이 부회장 체제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 남매간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리틀 이건희’로 불릴 만큼 사업에 의욕적이었던 이부진 사장이 독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훈 강주화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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