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사회 초년생부터 마이너스 인생…20대, 은행 ‘마통’ 대출잔액 2조원

민주당 전재수 의원…채무조정 신청 지난해 기준 31% 증가


회사원 A씨(28)는 지난달 중순 한 시중은행에서 2%대 금리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수천만원 한도 내에서 급할 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출은 점차 막히고 있는 상황에서 큰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미리 뚫어놨다”며 “지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마통’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층의 마이너스 통장 대출이 꾸준히 늘면서 어느덧 2조1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출 증가세는 다른 연령대를 압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와 고용 한파에다 ‘영끌(영혼까지 자금을 끌어모음)’ ‘빚투(빚 내서 투자)’ 열풍까지 불면서 부채에 허덕이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암울한 청춘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20대의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은 2조1451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738억원)보다 3.4% 가량 늘었다. 은행의 경우 2조763억원으로 6개월 전(2조155억원)보다 600여 억원 증가했다. 은행에서의 대출 건수는 17만720건이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171만원이었다.

특히 저축은행은 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04억원)나 뛰었다.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이 16.5% 줄은 것을 고려하면, 20대에서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20대 청년들이 대출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금리는 높은 제2금융권으로도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잔액뿐 아니라 20대의 마이너스 통장·카드론 신규 취급액도 올들어 급증 추세다. 2017년 2조5304억원에서 지난해 2조8138억원으로 늘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1조7613억원을 기록했다. 이대로면 올해 3조원 중반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20대 청년층도 많아졌다. 자료에 따르면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2015년 9519명에서 지난해 1만2455명으로 31% 가량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숫자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신복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채무조정 증가는 정부에서 마련한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프로그램이 만료되는 시점에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하 단기 연체자와 코로나19 피해자에게만 적용됐던 채무조정 개시 전 상환유예 제도를 다음 달부터 전체 연체자로 확대하는 내용의 신용회복지원 개선 방안을 지난 18일 발표한 바 있다.

전 의원은 “20대 청년층이 공부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하는 데 이어 이젠 먹고 살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과 마이너스 카드를 선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청년 채무를 경감하기 위한 지원 사업 등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